4월 집행이사회서 개편안 확정하고 2017년부터 중단된 신청 접수 재개할 듯
특정국 반대시 대화·중재 도입…위안부 기록물은 개편 전 절차 적용해 영향 없어
유네스코, 기록유산 제도 개편 마무리…4·19 등재 본격화 전망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절차 개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4·19혁명' 및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의 기록유산 등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유네스코가 개편 논의를 하는 동안 등재 신청 접수를 중단하는 바람에 아예 신청 자체를 하지 못했다.

유네스코는 23일 '세계기록유산제도 개편 작업반회의'을 열고 기록유산 등재 절차 개편을 결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새 절차는 앞으로 식민지 역사 등 상대국이 불편해하는 내용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할 경우 관련국 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유네스코에 등재 가능한 유산으로는 유형, 무형, 기록 등 3가지가 있다.

유·무형은 원래부터 국가 간 협의를 통해 등재를 결정했는데 그동안 기록유산은 등재소위원회(RSC) 예비심사와 국제자문위원회(IAC) 심사 등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2015년 비정부기구(NGO)의 신청으로 남경대학살 기록물이 등재되자 일본과 유럽 등 식민지배를 했던 국가들이 분쟁 여지가 있는 기록물의 등재를 원천 차단할 것을 주장했다.

인도와 알제리 등 어두운 식민역사가 부각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국가도 있었으며, 중국·러시아 등은 자국 내 민주화 운동 관련 기록물 등재를 부담스러워했다.

반면 한국 등은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물의 등재를 정치적 이유로 원천 차단하는 것에 반대했다.

이에 유네스코는 2017년 12월부터 신규 등재 신청 접수를 중지하고 제도 개편을 논의했다.

이날 작업반회의에서 결정할 새 제도는 등재 신청 주체를 국가로 일원화해 개인이나 NGO의 신청을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RSC 예비심사 전에 적격성 검토 절차를 추가하고, 특정 국가의 반대가 있으면 심사를 중단하고 관련국 간 대화를 개시하기로 했다.

대화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심사 반대 3∼6개월 내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중개자를 임명하고, 사무국이 대화 진행 상황을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 격년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사무총장에게 있던 최종 등재 결정권도 집행이사회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국가 간 논란이 있는 기록유산의 등재 자체를 배제하자는 일부 강대국의 주장에도 대화와 중재를 거쳐 등재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에 제도 개편의 의의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등이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기록물 등재를 추진할 경우 정부도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개편안이 오는 4월 예정된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승인되면 그동안 중단됐던 기록물 등재 절차도 재개되면서 신규 신청도 받을 수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4·19혁명' 및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의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4·19혁명은 외국 정부가 반대할만한 내용이 없어 보이지만,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일본군의 농민 진압이 포함될 경우 일본 정부가 등재를 꺼릴 수도 있다.

국제민간단체가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이미 개편 전 절차를 적용하기로 유네스코에서 결정돼 이번 개편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코, 기록유산 제도 개편 마무리…4·19 등재 본격화 전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