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럽연합(EU) 등 동맹 강화에 나선 가운데 중국 외교장관이 중동 순방을 통해 우군 확보에 나선다.

2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4일부터 30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을 공식 방문하고, 오만도 실무 방문을 진행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순방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이란, UAE, 바레인의 외교장관 초청에 따른 것이라며, 자세한 배경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주 격렬한 언쟁이 있었던 미중 고위급 회담 후 중국 외교장관의 첫 해외 방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동에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동은 미국과 에너지와 안보 분야 등에서 민감한 현안이 걸려있다. 특히, 이란은 미국과 핵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중국과 밀착하고 있다.

왕이 부장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경제 지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제공을 통해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이 부장의 중동 순방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25일까지 유럽을 방문하는 일정과도 겹친다. 블링컨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EU 고위급 인사들과 접촉하는 등 동맹 강화 행보를 진행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