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월레스와 그로밋의 화려한 외출!
<프롤로그>
클레이(찰흙)로 만든 캐릭터를 조금씩 움직여가면서 촬영한 영화<월레스와 그로밋-화려한 외출(Wallace & Gromit-A grand day out), 1989>은 자극적인 만화 영화와는 달리 따뜻함과 편안한 행복감을 준다. 이 영화의 주인공 월레스가 크래커에 치즈를 얹어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로켓을 타고 달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좌충우돌 모험 여행기이다. 이 영화를 보면 클레이로 만든 사람과 개가 가지각색의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기법에 놀라게 된다. 어릴 적 상상력과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동화책이나 만화 영화 그리고 인형극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말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월레스와 그로밋의 화려한 외출!
<영화 줄거리 요약>
이 영화는 주인인 월레스와 반려견인 그로밋의 우정과 연대감을 기초로 한 23분짜리 단편작품이다. 월레스는 런던의 단독주택에 사는 독신 남성이며 상당한 손재주를 가진 발명가이다. 그와 함께 사는 반려견 그로밋은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뜨개질을 하는 재능을 가졌다. 월레스는 커피와 함께 치즈를 얹은 크래커를 먹는 게 낙인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치즈가 다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낙심한다. 그러다 문득 창문으로 내다본 달이 노란 치즈로 덮였다고 확신을 하고, 그의 반려견 그로밋과 함께 로켓을 만든 후 그 로켓을 타고 달나라로 출발한다. 치즈로 덮인 달나라에 도착한 월레스는 치즈를 듬뿍 먹고 가득 담아 지구로 귀환하려 하지만, 달을 지키는 깡통 로봇이 딱지를 발부하는 등 함부로 치즈를 먹은 월레스를 응징을 하려 한다. 하지만 뜻밖에 깡통 로봇은 월레스 소유의 스키 여행 잡지를 보게 되고, 자신도 지구에 가서 스키를 타겠다는 목표를 가진다. 이에 월레스와 그로밋이 지구로 귀환하려는 틈을 타 깡통 로봇도 무임승차를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불이 연료에 잘못 붙어 폭발한다. 연료의 폭발로 깡통 로봇은 로켓의 부품을 잡고 달로 다시 떨어져 버리지만, 잡고 있던 로켓 부품을 스키 장비로 개조하여 달나라에서 신나게 스키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그 덕분에 월레스와 그로밋은 무사히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월레스와 그로밋의 화려한 외출!
<관전 포인트>
A. 이 영화의 제작 방식은?
클레이 스톱모션 기법을 활용하여  ‘플라스티신’이란 재료로 캐릭터의 형상을 만든 뒤 한 장면 한 장면 조금씩 움직여 촬영하여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갔다. 덕분에 캐릭터의 질감, 표정 등에 생명력이 깃들 수 있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공감 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소소한 재미와 뜻밖의 악역 등장으로 인한 긴장감과 휴머니즘과 철학적인 부분까지 보여준다. 월레스와 그로밋이 탄 로켓이 발사될 때 이를 지켜보던 지하실의 쥐들이 모두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장면처럼 숨은 그림 찾기식 아이디어가 곳곳에 숨어있다.

B. 먹방의 원조라고 불리는 이유?
크래커에 노란 체다(Cheddar)치즈를 올려 맛있게 먹는 주인공들을 보면 누구라도 치즈를 먹고 싶어진다. 영화 속 등장하는 웬즐리데일(Wensleydale)치즈사는 실제로 당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었지만, 이 영화로 인해 치즈의 인기가 급상승했고 급기야 <월레스와 그로밋 치즈>까지 출시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한다. 월레스의 대사 중 “Everybody knows the moon is made of cheese! (달이 치즈로 만들어졌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라는 대사에서는 익살스러움과 상상력의 끝판왕을 느끼게 된다.
[체다치즈: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치즈 중 하나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이 치즈는 영국 낙농법의 중심지인 서미싯주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C. 월레스와 그로밋의 성격은?
@월레스: 옷을 입혀주는 로봇을 발명하고, 밥상 차림과 설거지도 자동으로 되도록 발명하는 등 움직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리고 큰일 생기면 그로밋만 찾는다. 하지만 그로밋을 위해 강아지를 위한 전자공학(Electronics for dogs)책도 만들어 주는 자상함이 있다. 실제로 양을 목욕시키고 양털까지 한 번에 깎는 기계를 만들어 특허 신청도 내고, 달에 가기 위해 직접 우주선을 만드는 등 능력은 천재적이지만 특허에 대한 소득이 없어 부업으로 여러 가지 잡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로밋: 월레스의 유일한 반려견이자 조수로 월레스보다 더 사람 같고 똑똑하다. 월레스와 치즈로 된 달로 떠날 때  로켓을 직접 조종하기도 한다. 개의 동물적 감각과 인간의 지능과 감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월레스가 우주선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연장을 가지고 참여하는 모습에서 증명된다. 더구나 주인인 월레스보다 눈치가 빨라서 여러 상황에 한발 앞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평소에는 자는 월레스의 침대를 기울이는 장치를 작동해 월레스를 깨우고, 토스트 장치를 작동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등 가정부 역할을 보이기도 하지만, 잠은 집 바깥에 있는 개집에서 잔다. 가장 아끼는 물건은 자명종, 뼈다귀, 그리고 월레스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D. 유명한 제작사는?
아드만 스튜디오(Aardman Animation Studios)는 영국 브리스틀에서 1972년 창립하여 스톱모션 클레이(clay) 애니메이션의 명가로 알려져 있다. 시리즈로는 @월레스와 그로밋-전자 바지 소동(The wrong trousers, 1993,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 수상), @월레스와 그로밋-양털 도둑(A Close shave, 199,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 수상5), @치킨 런(Chicken Run, 2000), @월레스와 그로밋-거대토끼의 저주(Curse of the Were-Rabbit, 2005), @플러쉬(Flushed away, 2006), @월레스와 그로밋 -빵과 죽음의 문제(A matter of loaf and death, 2008)@아더 크리스마스(Arthur Christmas, 2011), @ 허당 해적단(The Pirates! In and adventure with scientists, 2012)가 있다.

E. 월레스와 그로밋을 연상케 하는 유명 캐릭터는?
@쿠키몬스터, 엘모, 머핏: 1969년 제작된 미국의 어린이 텔레비전 교육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 Sesame street>에 나오는 오래된 봉제 인형의 추억.
@무민(Moomin):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만화에 나오는 하마를 닮은 트롤(초자연적 괴물).
@토토로:일본 애니메이션<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곰처럼 생긴 신비한 숲의 정령. @만복이, 꺼벙이:길창덕 화백이 그린 만화 주인공으로 월레스처럼 엉뚱한 발명품을 만드는 명랑한 장난꾸러기 캐릭터.
@위니드 푸(Winnie -the -Pooh): 1926년 발표된 밀른의동화에 나오는 주인공으로, 꿀을 좋아하고 느긋한 성격을 지녔으나 시나 노래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순수한 곰돌이.

F. 달에서 만난 로봇이 꿈꾸던 것은?
자판기인 줄 알고 월레스가 동전을 넣자 살아난 로봇은 자기 배속의 서랍을 열어 스키책을 분석한 후 스키를 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월레스와 그로밋은 몽둥이를 들고 쫓아오는 로봇을 피해 로켓을 출발시킨다. 깡통 로봇은 지구에 가면 스키를 탈 수 있다고 생각해 우주선을 잡았지만, 로켓이 발사된 후 떨어져 나온 로켓 부품으로 스키 장비를 만들어 치즈 계곡에서 행복하게 스키를 타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월레스와 그로밋의 화려한 외출!
<에필로그>
영화<월레스와 그로밋>는 어벤져스 영화처럼 스릴 넘치는 자극적 내용은 아니지만, 마음이 복잡하거나 단순히 뭔가에 빠져보고 싶을 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힐링을 준다. 팍팍한 현실적 세계와는 달리 무한한 상상력과 맛있는 먹방이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대사가 많이 없는데도 이해가 쉽고 몸과 마음이 훈훈해지고 클레이 인형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에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월레스와 그로밋을 보면서 크래커에 치즈를 올려 따뜻한 차 한잔을 한다면 피곤한 현실 속 우울감을 깨끗이 청소 할 수 있고, 풀리지 않던 문제도 단순하게 해답이 떠오를 수도 있다. 풍부한 질감의 클레이 인형들이 살아 움직이게 하는 OST 음악 “빠반빰 빠반빰 빠밤”~도 꼭 즐겨보시길 권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