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한비야님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그곳의 이동 병원에 사십대 중반의 케냐인 안과의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를 만나려면 대통령도 며칠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명한 의사였다. 그럼에도 강촌에서 전염성 풍토병 환자들을 아무렇지 않게 만지며 치료하고 있었다. 궁금해진 내가 물었다. “당신은 아주 유명한 의사이면서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런 험한 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에요.”
내가 하는 일이 나를 가슴 뛰게 한 적이 있는가? 일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는 일은 몰입과 행복을 준다. 이 일을 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일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으로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준다. 뿐만 아니라 일을 통해 얻게 되는 물질적 보상으로 가정을 이끌고 새로운 계발을 하는 계기가 된다. 올바른 일을 한다면 내가 사회에 도움이 되고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좀 더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은 개개인이 자발적이다. 일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스스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내고 노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을 부여받고 이를 처리한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담기 보다는 기존에 했던 관행이나 방식을 답습한다.
조직장으로 있으면서 두 명의 대리를 만났다. A대리는 매일 아침 틈만 있으면 찾아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어느 제안은 말도 되지 않고, 어느 제안은 그냥 하면 되는 것이고, 어느 제안은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한다면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내용이다. 매일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일을 하다가 궁금하거나 잘못되는 부분이 있으면 즉시 이야기한다. 가끔 사무실을 방문하면 대부분 조용하지만, A대리의 책상은 어수선하고 누가 왔는지 무엇을 하는지 관심이 없다. PC를 바라보며 몰입해 있는 A대리를 바라보게 된다. 책상에는 아이디어 수첩과 경영 노트가 놓여 있다.
B대리는 불평 불만이 심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일에 대해, 상사와 주변의 동료에 대해, 회사의 제도와 환경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한다. 일이 잘못되면 항상 핑계를 댄다. 자신의 잘못은 없고 모두 탓이다. 회식이나 회사 제품 세일 등 이익이 되는 곳에는 B대리가 빠지는 일이 없다. 반면 공동으로 해야 할 일에 B대리를 본 적이 없다. 주변 청소, 산행, 사무실 이전, 봉사활동 등 누군가는 해야 할 일에 B대리는 스스로 열외이다. 신뢰할 수 없으니까 B대리에게는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없다. B대리는 항상 정시 퇴근이다. B대리는 “회사는 급여를 받는 곳이며, 내 즐거움은 회사 밖에서 찾는다”고 한다. 인생 중 가장 젊고 좋은 순간의 가장 많은 시간을 그냥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일을 하고 있다.
향후 과장을 선발한다면 누구를 추천할 것이며, 그로부터 10년 후 조직장이 된다면 누가 되겠는가? 이를 떠나 어떤 삶이 더 행복하고 의미 있겠는가? 일을 하는 사람이 상사의 의중을 파악하여 어떻게 하면 성과를 올릴 것인가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일이 아닐까?
도요타 자동차의 일의 의미
현대차그룹 글로벌 경영연구소가 출판한 ‘도요타의 원가’에서는 ‘도요타가 생각하는 일의 개념은 이익을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있는 행동’이라고 한다. 다른 의미로 보면, 가치 없는 업무(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업무)는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도요타 자동차에서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일은 후단이 아닌 앞단에서의 성과 창출이다. 자동차 생산은 크게 기획과 설계 단계, 공정별 상세 설계단계, 양산단계를 거친다. 여기서 원가를 줄이는 노력을 다른 회사들은 마지막 단계인 양산단계에 집중한다. 하지만 도요타 자동차는 다르다. 대부분의 원가결정은 기획과 설계 단계에서 비롯된다. 기획과 설계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원가의식이 없으면 최고의 재질과 품질에 맞는 기획과 설계를 하여 시장에서 외면 받는 제품이 탄생하게 된다. 도요타자동차는 원가기획회의를 통해 바로 기획과 설계 단계에서 최대한의 원가절감을 실시한다. 이것이 이익을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한다.
도요타 자동차는 하루 일과를 시간(통상 09시~18시)을 기준으로 가로축으로 나열하고, 0을 기준으로 프러스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 마이너스는 인건비/ 접대비/ 업무추진비 등 비용을 발생하는 일, 0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준비하는 일로 정했다. 이 구분 하에 분석해 보니, 부가가치를 올리는 일의 수행 비율은 생산 부문이 25% 수준, 스태프 부문은 겨우 10% 수준이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스태프 부문은 바빠 보이지만 대부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 다운 일은 하지 않은 것이다. 도요타 자동차의 일의 개념에서 보면 90%가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일을 바라보는 시각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바뀌는 것은 너무나 많다.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전략을 중심으로 한 목표가 조직에서 개인까지 연계되는 전략차원의 접근이 있고, 조직과 구성원이 한 방향 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문화적 접근이 있다.
지금은 위기 상황이며 생존이라는 가치가 보다 와 닿는 시점이다. 생존을 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 스스로 일의 의미를 찾아 주도적으로 일을 이끄는 의식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도요타자동차처럼 원가절감의 의미를 누구나 공유하고 실천하는 전략적 측면의 연계이다.
일은 나 혼자 할 수 없고, 성과도 나 혼자 노력해서 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함께 기획하고 추진하되, 시켜서가 아닌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며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