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준비됐나요?(Stand by), 그럼 전진(Forward)하세요!
< 프롤로그>
마니아 수준을 넘어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 한 가지를 광적으로 좋아하고 열중하는 사람을 ‘덕후’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화<스탠바이 웬디/Please Stand By, 2017>에서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주인공 웬디는 영화<스타트렉>에 대해 모르는 것 하나 없는 엄청난 팬이다. 그녀는 영화 속 반은 인간(어머니는 지구인)이고 반은 외계인(아버지는 벌컨족)의 몸인 1등 항해사 “스팍”이 감정을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며 자신도 스팍과 같은 영혼의 결핍이 있는 존재로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훌륭한 롤모델을 찾아 따라 하려고 하지만, 실제로 자신과 일체적, 동질성을 가지고 영혼을 위로하는 대상은 의외로 가까이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는, 두렵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당신의 우주는 그렇게 좁아져 가며, 어렵다는 이유로 다가가지 않으면 서로를 이어주는 길은 사라져가며, 바쁘다는 이유로 해야 할 일을 미루면 목적지를 잊어버릴 수 있다는것을 가르쳐준다.  준비가 되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앞으로 전진하는 용기를 발휘하라!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준비됐나요?(Stand by), 그럼 전진(Forward)하세요!
< 영화 줄거리 요약>
영화< 스타트렉>에 대해 모르는 것 하나 없는 엄청난 팬인 ‘웬디(다코타 패닝 분)’는 파라마운트 영화사에서  우승금 10만달러를 걸고 실시하는 “스타트렉 스페셜편 시나리오 공모전” 소식을 듣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427 페이지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었지만, 우편으로 부쳐서는 마감날일 2월 16일 17시까지 도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웬디는 직접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여 로스앤젤레스에 가서 전달하기로 결심하고 강아지 ‘피트’와 함께 생애 가장 먼 600Km의 여정을 혼자 출발한다.

전반적인 발달장애(자폐증)를 겪고 있는 웬디가 사라졌음을 안 재활센터 ‘스코티(토니 콜렛 분)’ 원장선생님과 언니 ‘오드리’는 무작정 로스앤젤레스 방향으로 웬디의 행방을 찾으러 나선다. 웬디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재활센터 카일 선생은 자기 아들을 통해 웬디가 길에서 분실한 시나리오가  자신이 건성으로 생각했던 <스타 워즈>가 아닌 <스타 트렉>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얼마나 자신이 아들과 웬디와의 소통에서 일방적이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또한 언니는 동생에게 자신의 아기도 만지지 못하도록  했었는데, 동생이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되면서 깊은 감동을 하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영화사에 도착하여 시나리오를 접수한 웬디는 비록 영화사의 심사에서 시나리오가 채택되지는 않지만, 큰 자신감을 얻고 다시 서먹했던 언니가 보낸 웬디를 인정하는 초대장<루비(언니의 딸)가 널 보고 싶어 해> 을 받게 되면서 따뜻한 재회를 나누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준비됐나요?(Stand by), 그럼 전진(Forward)하세요!
< 관전 포인트>
A. 웬디가 발달장애아로 재활센터에 있게 된 배경은?
어릴 적 싱글맘인 엄마가 언니와 웬디를 양육하다가 돌아가시고 언니 또한 결혼하여 동생을 부양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 그리하여 웬디는 재활센터로 보내지게 되었지만, 사실은 웬디는 언니의 집에서 조카인 루비를 돌보면서 가족이라는 따뜻한 울타리에서 살고 싶어 했다.

B. 스탠바이 웬디의 의미는?
재활센터 카일선생은 웬디가 격한 흥분상태가 되면 항상 “Please Stand By”라고 웬디를 준비된 상태로 진정시키려 했다. 그래서 항상 요일별로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샤워를 하고, 번잡한 마켓가로는 절대 가지 않고, 매뉴얼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하는 웬디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었다.

C. 웬디가 홀로 로스앤젤레스 영화사로 가다가 만난 동지는?
실종자로 신고된 웬디를 찾은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두려움에 무작정 숨어든 웬디를 잡으려는 여자 경찰과 달리, 웬디의 가방에 ‘스타 트렉 마크’를 알아보고, ‘클링온어’를 사용하여 자신이 동지임을 밝히고 웬디에게 손을 건넨다. 이에 웬디는 순순히 밖으로 나와 경찰관을 믿고 차에 타게 된다. 아마도 그 경찰도 영화<스타트렉>의 덕후였을 것이며, 소크라테스가 얘기한 “목수에겐 목수의 언어로 얘기하라”라는것을 실천하는 소통의 달인임에 분명했다.

D. 마트에서 사기를 당할뻔한 웬디를 도와준 할머니의 철학적 멘트는?
할머니는 손자가 보고 싶지만 떨어져 사는 이유를 묻는 웬디에게 “남의 짐이 되긴 싫거든, 각자 삶이 있는데 좀 더 지나면 거기 낄 자리가 없어지지”라며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 수는 없는 현실적 철학을 얘기해준다.

E. 영화사에 제출한 시나리오의 결과는?
웬디가 고생 끝에 제출한 시나리오는 영화사에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웬디에게는 큰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언니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크게 개선되어 자존감을 가진 한사람으로서의 존재감을 되찾게 되었다. 영화사에서 웬디에게 보낸 불합격 통지서에서도 상당히 따뜻한 말로 위로하는 말(귀하가 이번에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열심히 쓰다 보면 언젠가 채택될 만큼 재능과 가능성이 뛰어난 작가라고 생각하니 건투를 빈다)이 보기 좋았다.

F. 파라마운트 영화사에 도착했을 때 웬디가 겪게 되는 일은?
길에서 만난 아기를 동반한 가족에게 돈을 빼앗겨 버스 짐칸에 몰래타는 등, 먼 길을 돌아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제출하려 한다. 하지만 담당자는 우편접수만 된다는 고집을 피우고 이를 참다못한 웬디는 “당신은 작가가 글을 쓸 때 얼마나 고민하고 정확한 말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지 아느냐?’고 강하게 반문하면서, 응모함에 자신의 원고를 던져 넣고 웃으면서 돌아 나오는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G. 웬디 역의 ‘다코타 패닝’은 어떤 배우인가?
‘다코타 패닝(Hannah Dakota Fanning)’은 그녀는 7세 때 <아이 엠 샘(I am Sam), 2001>이라는 영화에서 지적 장애로 7살 지능을 가진 아버지 샘(숀 펜 분)과 아역으로 출현하여 감동을 주면서 세계인이 사랑하는 스타가 되었고, 뱀파이어 영화 <트와일라잇 브레이킹 던/The Twillight Saga:Breaking Dawn, 2012>에서 제인 역으로 열연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준비됐나요?(Stand by), 그럼 전진(Forward)하세요!
< 에필로그>
모든 일에 사사건건 관찰과 제지를 받던 웬디가 드디어 마지노선이던 ‘마켓가’를 건너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먼 여정을 통과하여 자신의 시나리오 원고를 제출함으로써 자신의 작은 우주에서 탈출하여 한 사람의 자존감을 지닌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볼 수 있어 무척 공감이 가는 스토리였다. 살아가면서 많은 실수와 실패를 할 수밖에 없는 긴 여정에서 자신만의 역경을 극복하는 계기를 통해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에 갇히지 말고 더 큰 삶의 우주로 가기 위해, <스타트렉>에서 스팍이 얘기했던 “함장님 논리적인 결론은 단 하나 전진입니다(Captain, there is only one logical direction in which to go: Forward!)’처럼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라!

[스타트렉(Star Trek):미국의 대표적인 TV SF 드라마 시리즈로, 23세기를 배경으로 커크 선장이 이끄는 우주 연합함선 엔터프라이즈(USS Enterprise)와 그 승무원들의 모험을 줄거리로 담고 있다. 스타트렉은 ‘진 로덴베리’가 기획하여 1966년 9월 8일, NBC에서 첫 방송전파를 탄 이후 트레키(Trekkie:스타트렉에 열광하는 팬들)라 거대한 팬덤 문화를 형성하기도 하면서 여러 편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하였다.<스타 트렉>의 가상의 우주에서는 지구의 인간 외에 벌칸, 클링온, 로뮬란 등의 다양한 외계인들이 등장하며, 에피소드는 주로 인간관계와 모험, 정치적, 윤리적 문제에 대한 소재를 중심으로 이끌어지며 가상의 다양한 문화와 기술이 소개되어 현대의 거대한 컬트 현상으로 발전하였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