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했을까? (나쁜 우연성)
닌텐도는 아베가 수상으로 취임하면서 일본의 환율을 저평가시키는 ‘양적확대’정책을 취해서 수익성이 나아지리라는 것을 예상했을까? (좋은 우연성)
원인을 알면 결과를 알 수있다는 인과관계란 정말 맞는 것일까? 그럼 닌텐도는 어디까지 알아야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자기네를 저렇게 어렵게 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있을까? 그의 탄생부터 알아야 했을까, 아니면 그가 30세에 애플에서 쫒겨났을 때부터 알아야 했을까, 아니며 그가 애플로 복귀해서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는 것부터 알아야 했을까? 실제로 닌텐도는 스마트폰이 출시되고서도 그게 비데오 게입자체를 거의 소멸시킬 수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 이후에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기도 하고, 엔저덕분에 상황이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
닌텐도만 해도 연간 매출이 5-6조원은 넉넉히 넘어가는 거대기업이다. 그리고 그 안에 수많은 직원들이 있지만, 그들은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낸 ‘스마트 폰’이라는 생소한 물건 때문에 생존자체가 의심스러워졌다. 그럼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무엇을 했지? 닌텐도야 같은 IT분야라고 치자. 그럼 한국의 출판업계는 왜 스마튼 폰을 탓해야 하지? 사람들이 스마트 폰이 나오자 책대신에 스마트 폰을 잡으면서 출판쪽이 사정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정도는 그나마 원인의 일부를 알 수있으니까 마음이 덜 아플텐데, 때로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 지 원인도 알지 못하고 비명횡사하는 회사들도 많다.
그런데 이런 우연들이 시장에서는 매우 자주 일어난다. 하기사 세상의 시장에는 60억명의 사람이 살고, 수천만개의 회사가 있고, 수만명이 한 산업분야에 얽히고 섥혀서 경쟁과 협력을 하고 있으니 상상하기도 힘든 숫자의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많은 일들이 나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로는 모르고 지나가고, 때로는 약간의 영향을 주고 지나고, 때로는 회사의 존망에 영향을 미친다. 바다의 파도를 예로 든다면 항공모함은 잔 물결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항공모함이 일으키는 파도에 돗단배들이 출렁인다. 큰 배는 큰 파도에 영향을 받지만 작은 파도정도는 무시할 수있다. 하지만 작은 배는 바람중에서도 가장 여린 실바람에도 잔물결에도 출렁인다. 어느 쪽에서 얼마나 센 바람이 다음 순간에 불어올지 알 수가 없다.
환율을 예로 들어보자. 대기업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또는 조선회사들은 자신들이 움직이는 외환의 규모가 수백억달러씩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외환시장의 참여자가 되어 때로는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돈을 거둬들이면서 시장에서 환율을 높일 수도 있고, 때로는 달러를 풀어가며 낮출 수도 있다. 그리고 아예 미리 수억달러를 선물환 시장에 내놓아 외환리스크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힘이있다. 하지만 소기업들은 다르다. 애초부터 움직이는 돈의 규모가 작아서 수억원을 배팅해야 하는 외환 선물시장에 참여할 수가 없다. 그저 외국의 바이어가 송금하는 날 달러가 올라가기를 바라고, 수입물품 대금을 지불하는 날 달러가 내려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대기업은 자신들이 속한 산업분야에서는 나름대로 영향력이 있고 때로는 시장의 흐름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핸드폰시장에서 아이폰의 애플과 갤럭시의 삼성전자가 그렇다. 그 두 개의 거대기업이 신형 스마트 폰 개발 경쟁을 하면서 사라져버리거나, 백척간두로 몰린 기업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노키아나 블랙베리처럼. 핸드폰업체만 그런 뜻하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 앞서 예로 든 출판산업, 게임산업, 오락산업, 컴퓨터산업, 검색을 주무기로 한 포털산업 등등 엉뚱한 산업분야에서도 뜻하지 않은 날벼락을 맞았다. 그 벼락처럼 떨어진 스마트폰 때문에 사라진 기업의 수는 엄청나다. 그저 삼성과 애플의 싸움에 세상은 엄청난 영향에 떨었다.
이처럼 소기업은 내가 무엇을 하면서 남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적다. 대신 ‘다른 사람, 다른 기업의 어떻게하느냐?’에 따라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너무나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있으니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에 대하여 미리 예측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나의 현재 위치는 일시적이며, 미래에 대한 기대는 잠정적인 희망일 뿐이다. 아무리 계획을 세운다하여도 상황이 끝나고 나서야 그 계획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 지를 알 수있다. 그리고 사후적으로도 그게 내가 잘해서인지, 아니면 운이 좋아서인지, 과연 나의 행동이 최적이었는 지를 알지 못한다. 내가 정말로 잘했다는 판단을 하기 위하여는 내가 할 수있었던 모든 가능한 선택을 뽑아내고, 그것들에 대한 나의 기회비용들을 추론해보아야 하는 데 그게 불가능하다. 그런 상태에서 뭔가를 완벽하고 확실히하고자 한다는 것은 거의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소기업은 대기업보다 훨씬 더 많은 우연성에 노출되어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그런 면에 피터드러커가 한 말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명령할 권한도 없고, 지배되지도 않고, 지배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경영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해외마케팅은 그 변수가 더욱 커진다. 일단 변수가 국내 마케팅은 한국이라는 단일 변수라면 해외 마케팅은 타켓으로 하는 나라의 수만큼 큰 범위가 있고, 그 안에 듣도보도 못한 변수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소기업의 해외마케팅은 언제나 긴장하면서 보아야 하는 스릴러물과 비슷하다. 그래도 스릴러물이 99.9%가 해피앤딩인 점을 기대하자.
사진 :복잡계 http://dotty.tistory.com/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