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대하여

(딸에게 보내는 경제편지)



서울 종로에 직장이 있는 회사원 백승문(35)씨. 서울 송파구 성내동의 전세 아파트(전용 85㎡)에 살던 그는 올해 초 경기 하남의 같은 규모 전세 아파트로 옮겼다. 집주인이 2억7,000만원이던 전세보증금을 3억5,000만원으로 한꺼번에 8,000만원이나 올리는 바람에 ‘탈(脫)서울’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백씨는 “전세금을 올려주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도 생활비가 쪼들리는 상황에서 원리금을 갚아나갈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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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임대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원룸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이 늘었지만, 이는 대부분 월세 수요를 흡수하는 주택들”이라며 “전세 수요를 충족할만한 아파트가 꾸준히 공급되지 않으면 전세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 한국일보 4.17)



전세난이 심해진다고 한다. 전세라는 게 무언지 아직 대학생인 너희가 실감이 무언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결혼을 해야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피부로 느낄 수있는 경제현상이지. 한국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은 대략 3가지로 구별할 수있지. 집을 사는 것, 그리고 전세와 월세야. 전세는 집을 사기는 어려우니까 집값의 대략 50%를 내고 들어가 사는 것이지. 그런데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주택임대 제도야. 이에 반해서 월세는 약간의 보증금을 내고 매월 일정액을 집 주인에게 지불하는 임대제도로 어느 나라나 보편적으로 있는 제도이지. 그런데 지금 전세제도가 무너지고 있어. 전세값이 무척 오르고 있지. 일반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가격이 오르고 내리지만, 전세값은 수요는 여전하고, 주택의 숫자도 줄어들지 않았지만, 가격지불 시스템이 바뀌면서 생기는 현상이야.
(딸에게 보내는 경제편지) 전세난에 대하여
자 위의 그림을 보자. 전세제도는 집값의 50%를 집주인이 임대자에게 보조해주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되. 쉽게하기 위하여 월세와 비교해볼까? 월세제도는 대략 집값의 10%정도, 또는 월세의 3-4달치를 보증금으로 내고 매월 얼마씩을 집주인에게 지불하거든. 그런데 집주인은 전체 집값을 일시에 지불하고 사서 이를 임대하는 대신에 그에 대한 비용과 더불어 임대수익까지 포함한 금액을 임차인에게 받게 되거든. 그러니까 일종의 금융업처럼 돈대신 집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거야. 이에 반해서 전세제도는 요즘은 그 비율이 오르는 경향을 보이지만 임차인이 집값의 50%정도만 지불하면 그 집에 들어가서 2년정도는 안정적으로 살 수있고, 나올 때는 그 전세대금을 돌려받는거야. 집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전체 집값의 50%만큼에 해당하는 이자밖에 받지 못하는 거지. 그러니까 1억짜리 아파트를 사, 그리고 전세는 5천만원에 임대를 하지만, 월세는 1천만원의 보증금에 9천만원에 해당하는 이자를 월세로 산정하거든. 그러면 전세는 5천만원에 해당하는 이자수익을 포기하는 것이고, 이건 누가 봐도 바보짓같지 않아. 월세 주인은 자기가 투자한 전체 금액에 임대수익까지 포함해서 돈을 받는 데, 전세 주인은 그 절반밖에 받지 못하니까.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전세가 일반적이고, 오히려 월세가 드물었지.



왜 이제와서 그런 현상이 사라지고 있을까? 사람들이 더 똑똑해져서? 그게 아니고,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게 돼서 그런 거야! 얼마 전까지만해도 세계 경제가 좋았고, 특히 한국의 경제는 더 좋았지. 특히 한국은 50년대 한국전쟁이후 세계가 놀랄 정도로 경제 성장이 뛰어났고. 게다가 좁은 땅덩어리에 많은 사람이 살다보니 인구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고. 그러다보니 부동산이야말로 공급은 한정되고 수요는 늘어나는 인구와 소득수준에 비하여 지속적으로 상승해야 하고. 사람들은 그래서 ‘부동산 불패’라고 해서 땅이든, 집이든 부동산의 ‘ㅂ’자만 들어가도 열광을 하면서 사들였고, 실제로 사들인 부동산이 떨어진 적이 없었고 (1997년 IMF때를 제외하고). 그러니 누가 보아도 부동산을 사는 게 최고의 재테크였지. 일단 사두면 집값이 오르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 돈이 없어도 주택을 사려고 했고, 전세제도를 활용한거야. 일단 전세값으로 50%를 확보하고 나머지는 자기 돈으로 하던, 은행에서 돈을 빌리던 해서 집 한 채를 사지. 그럼 세월이 흐르면 전세 50%의 이자, 즉 1억원 중에서 5천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상으로 집값이 상승을 했어. 그럼 집주인으로서는 손해보는 것은 아니고, 전세 임차자는 절반 값에 남의 집에 들어가서 내 집처럼 산거지.



그런데 이제는 경제가 하강하고 있잖아. 뭐 다른 때야 호경기도 있고, 불경기도 있으면서 선순환을 하면서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거든. 앞으로도 경제가 1990년대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게다가 인구마저 줄어들고 있어.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당연히 주택수요가 주는 것이고. 그나마 기대할 수있는 것은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을 했어도 아이를 갖지 않은 부부등 1-2인을 위한 소형 가구만 수요를 유지하고, 3-4인 기준으로 한 주택 수요는 더욱 줄어들고 있어. 그래서 사람들이 더 이상은 부동산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기 시작했지. 그러자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집을 사놓았던 사람들은 나머지 50%에 대한 본전 생각이 나잖아. 그래서 전세를 자꾸 월세로 돌리는거야. 게다가 앞으로 주택을 사려고 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어’하면서 될수록이면 전세를 들어가려고 하는 현상이 벌어진거지. 그러니까 전세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에, 공급은 줄어들게 되니까 당연히 흔히 말하는 ‘전세대란’이 일어난 거야. 그러면서 중간단계로 ‘보증부 월세 또는 반전세’라고 하는 것도 생겼어. 그러니까 보통의 월세란 2-3달치를 보증금으로 내고, 매달 월세를 내가는 데, 아예 10달치정도를 미리 내고 이 돈에서 월세를 차감해가는 방식이야. 이건 여전히 큰 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임차인에게 부담이 가는 제도이고, 임대인의 입장에서 보아도 계속해서 새로운 임차인을 찾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는거지. 임대인의 입장에서 임차인이 자꾸 바뀐다는 것은 부동산 중개수수료와 주택 내부 개조비등의 적지 않은 비용이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별로 달가워할 만한 제도는 아니야.



내가 보기에 당분간 전세난은 계속될거야. 그건 집을 많이 짓는다고 해서 해소되기 보다는 지금의 집값 지불에 대한 시스템이 외국처럼 월세제도로 완전히 전활될 때까지, 또는 다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는 희망이 생길 때까지 말이야.



세상에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 이런 추세는 앞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몇 가지 좋은 영향을 미칠거야. 일단 생산성이 없이 부동산만을 가지고 부를 추구하는 경향이 사라지고, 부동산의 가격은 더욱 하락할 거야. 이 것은 주택을 보유하려고 무리를 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리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였던 부동산의 보유여부에 갈렸던 양극화가 점차 줄어들고, 지나치게 높았던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서 실제 생산적인 부분, 예를 들면 기계설비. 새로운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등에 투자해야 할 돈이 부동산에 묶이는 일이 줄어드니 사회적인 생산성도 늘어날 것이고.



지금이야 자기 월급을 먹지도 쓰지도 않고 모아야 13년 걸려서 자기 집을 산다고 하지만, 앞으로는 그 기간이 더 줄겠지. 그리고 결혼을 할 때도 몇 억원씩하는 전세금이나 아파트 구입비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약간의 보증금만 있으면 되는 월세로 결혼을 시작할 수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고. 우리가 항상 부러워하는 외국처럼 결혼비용의 대폭적인 감소를 불러올거야. 그렇다고 집사는 것을 완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야. 왜냐하면 월세란 여전히 보통의 은행금리보다는 높을 테니까. 게다가 집이란 삶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가장 큰 자산이기도 하니까. 우리나라는 보유 자산의 90%가 주택이라지만, 외국은 한 50%정도되나봐. 그 정도만해도 변동이 작아서 여유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