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경닷컴 > 뉴스

일자 : 2008년 6월 25일




[`GMO 괴담` 식품업계는 딜레마], 소비자단체 압력에 업계 곤혹




“일단 지나가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정입니다. 네티즌과 시민ㆍ소비자단체들의 압력이 거세 GM옥수수(유전자변형 옥수수)를 쓰기도 어렵고 안 쓰자니 대체재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올 들어 이물질 사고,광우병 파동에 이어 GM옥수수 논란까지 불거져 깊은 시름에 빠진 식품업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소연하고 있다.




기존 전분당 재고가 곧 바닥 날 예정이어서 새로운 재료를 구입해야 하지만 당장 많은 물량의 대체재를 구하기 어렵고,그렇다고 요즘 분위기에서 GM옥수수를 사용할 수도 없는 처지다. 식품업체 A사 관계자는 “여론이 무서워 ‘GM옥수수 프리’를 선언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B사 관계자는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GM옥수수 프리 선언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막연한 선언이 아니라 대체재 확보 방안과 추가비용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GM옥수수를 대체재로 바꾸는 것은 필연적으로 원가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업체들은 사실상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일부 업체들이 대체재로 선택한 설탕은 옥수수 전분당과 가격이 비슷하지만 2000년대 초 비만과 충치의 주범으로 몰렸던 터라 이상적인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D사 관계자는 “GM옥수수가 유해하다고 밝혀진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데 무작정 GM옥수수를 쓰는 업체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가는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난감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대부분 식품업체들은 시민단체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지만 대놓고 반박하진 못하는 실정이다. 잘못 나섰다가는 집중 성토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 기사원문보기




책 제목 : 시장경제 질서와 시민단체

저자 : 권 혁철




기본적으로 사익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및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에 대해 비영리 공익추구 단체로서의 성격을 갖는 시민단체가 기업의 활동과 시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인다. 시장경제에서 ‘강자’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다고 여겨지는 근로자, 소비자, 소액 투자자 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성격상 기업을 감시하고 견제하면서 그로부터 양자간의 긴장관계가 형성됨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시민단체의 역할은 어느 한 사람 또는 어느 한 집단이 가지고 있는 경제권력이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활용되거나 남용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시장경제가 올바르게 작동될 수있도록 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업과 시민단체 간의 긴장관계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의 긴장관계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시민단체의 활동이 기업의 정상적인 이윤추구 활동마저 제한하고 나아가 시장경제 그 자체를 훼손시키는 지경에 까지 이른다면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정당성과 추진동력을 상실함은 물론 기업의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불신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

우리 말로 ‘너를 잘되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못되게 할 수는 있다’는 협박이 있다. 요즘들어 그런 식의 말을 자주 듣는 것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이다.




시민단체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그런데 ‘불매운동’은 상대 기업이 자신들의 뜻하고 다를 때 자신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힘을 빌어서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운동이다. 어떻게 보면 시민단체로서는 기업은 매우 만만한 상대가 될 수있다. 똑같은 압력을 가했을 때 정부.언론.종교단체들은 반응이 매우 느리지만, 기업의 반응은 빠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이지만, 시민단체는 ‘이상적 사회 건설’이 목적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더 많은 신뢰성을 부여하게 된다. 그렇지만 시민단체가 발휘하는 힘의 방향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것같다.




유전자변형 먹거리만해도 그렇다. 유해하다고 밝혀진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데 GM옥수수 사용업체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자신들의 뜻을 따르지 않는 기업에 대해 손해를 끼치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유전자변형 먹거리가 상당히 일반화되어 있는 이 시점에서 GMO를 전면적으로 금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생산비의 상승을 불러오고, 연쇄적으로 먹거리 비용의 상승 또한 피할 수없게 된다. 기대할 수있는 이익은 매우 추상적이고 계산하기 어려운 반면에, 그로 인한 피해는 매우 구체적이면 모든 사람에게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게 할 수있다. 또한 모든 사람이 GMO먹거리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또한 ‘소비자 선택권의 제한’이 될 수있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은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면서 또 다른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그들의 힘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시민운동은 기본적으로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하자는 운동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이들이 모인 단체들이 ‘선의의 행동’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기업에 부정적인 힘으로 강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게다가 시민단체의 비난은 한 기업의 잘잘못과 관계없이 ‘파산’이라는 불운을 맞게 할 수도 있다.




그러한 피해를 막으면서 시민단체 본연의 뜻을 살릴 수있는 방법 중의 하나로 ‘구매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합법적 GMO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 보다는, 비 GMO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제품에 대해 구매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불매운동’은 기본적으로 산업전체를 부정적으로 몰아갈 수있다. 만두파동시 만두업계 전체가 팔리지 않고, 미국 소고기 불매운동이 소고기를 파는 음식점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구매운동’은 선의의 피해자 숫자를 최소로 줄이면서 시민단체와 기업간의 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있는 운동이다.




게다가 소비자로서도 ‘어느 회사는 나쁜 회사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는 것보다는, ‘어느 회사는 좋은 회사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보게 될 것이다.




같은 일을 해도 좋은 말을 쓰면서,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분좋게 할 수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