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말하지 마라! 말은 누구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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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호’참사를 겪으면서 우리는 또 한 번 엄청난 말, 말, 말을 듣는다. ‘세상에 말 못하는 사람이 없다’지만 정말 머리가 너무 아프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위험을 감지하면 움츠리고 방어하고 도망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방어행동’이다. 그런 본능적인 움직임이야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자기가 살겠다고 남을 죽이고,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서 계속해서 거짓말을 지어내고, 책임을 회피하고, 변명하고, 남 탓을 한다. 인간의 ‘이기적 본능’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너무나 큰 고리들로 얽힌 엄청난 그물망 속에서 곪아 터진 어쩌면 작은 하나의 문제에 지나지 않을 이 참사는 하루아침에 간단하게 진실을 규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철저하게 숨기고 또 숨길 것이기 때문이다.
살고 싶은 것이다. 혼자 죽을 수 없는 억울함이다. 나는 착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 누구 때문에, 먹고 살자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이 모든 것이 ‘삶의 본능’이라고 정말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두 인정한다고 해도 죽은 자는 어찌할 것인가! 운명론자는 ‘그들은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다’며 나름의 이성적인 논리를 아무리 편다고 해도 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산자의 비애와 고통은 어찌할 것인가!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제1조에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누구에게나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인간의 목숨은 그 누구의 이기로 인해 경시되거나 무시될 수 없는 고유하고 철저한 개인의 것이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타인의 목숨을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국민은 진실이 알고 싶고 철저한 규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참사의 대다수의 희생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주장 하지도 못하는 어린 생명이라는 것이 더욱 비통함을 더한다. 교육의 병폐다! 교육을 잘 받은 아이, 말 잘 듣는 아이. 우리 사회는 그런 무기력한 아이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자신의 목숨이 끝나는 순간까지 고통 속에 살 것이다. 이들의 상처를 과연 누가 무엇으로 치료해 줄 수 있단 말인가! 국민들은 조사가 거듭 될수록 드러나는 ‘관행을 묵인하는 관행’과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격분도, 이 순간 제시하는 수많은 오류에 대한 지적들도, 과거 우리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이 순간이 지나면 또 그렇게 세월 속으로 사라질 것이고 이러한 참사는 다시 재현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다. 많은 국민들이 집단 트라우마에 빠져있고, 우울증을 호소한다.
국민은 더욱 국가를 신뢰하지 못하고 분열이 조장되며, 앞으로 국가적 차원의 일들을 수행함에 있어서 많은 장애가 발생할 것이다. 날을 거듭 할수록 밝혀지는 인재(人在)적 요소는 더욱 국민을 격분하게 한다. 서민들은 한 치의 오류도 없이 세금을 국가에 납부하고 위정자들이 자신들의 안위를 지켜주기를 기대하며 살고 있는데, 정작 그 일을 잘 수행해야 할 관료들은 뿌리 깊은 ‘봐주기 식 관행’을 거듭하고,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서 자신의 주머니만 채우고 있으니 언제나 피해자는 착하고 힘없는 서민들의 몫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의 원리, 목표, 과제에서 행복한 한반도, 튼튼한 국방력과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주권과 안전을 확실히 확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피치아래 부처(部處)의 이름도‘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꾸었다.
하지만 국민은 ‘위기대응부재’로 우왕좌왕하는 껍데기 행정, 난립하는 ‘본부(本部)’의 보여 주기 식 행정, 참사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폭탄주를 들고 건배제의를 하는 정신 나간 관료, 정보의 확실한 검증도 없이 비난만 일삼는 정치인, 검증도 되지 않은 추측성 발언으로 종북 몰이를 일삼으며 불안을 조장하는 정치인. ..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현 정부의 기막힌 실체를 국민들은 또 다시 목격했다.
말은 누구나 쉽다. 듣기 좋은 말도 마음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말을 실천하는 것에 있다. 모든 부처에는 장(長)들이 있고, 자신의 맡은바 직책에 따른 책무(責務)가 있다. 제대로 된 의식만 있다면 사실 시간은 문제가 안 된다. ‘일을 하겠다’, ‘변화 시키겠다’는 의지만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이런 어른들의 무책임으로 인해 수백 명의 어린 생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번 참사는 정부를 잘 감시하지 못한 국민 된 자, 권력에 안주하는 위정자 모두의 책임이다. 사랑한다. 그래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