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가 심상치 않다.



양국이 국교 수교 40주년을 맞아 제정한 ‘한일 우정의 해’가 출발부터 삐그덕 거리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궜던 ‘한류 열풍’은 새해들어 잠잠해졌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법석을 떨던 매스컴의 광적인 보도도 이젠 찾아 보기 어렵다. 불과 몇달 사이에 과거의 일이 된 듯 희미한 추억이 됐다.



2월 중순부터 한국 동해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시마네현이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양국 사이에 긴장감은 고조되는 양상이다.



시마네현 인구는 75만명으로 43개현중 끝에서 두번째로 적은 곳이다. 주민 소득 수준도 바닥을 맴도는 낙후 지역이다. 그래서 시마네현이 독도 문제를 끄집어 낸 것은 중앙정부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앙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사실 중앙정부도 시마네현과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주한 일본대사가 한국 수도 한복판에서, 그것도 외신기자들 앞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외친 것은 정치권이나 관료들의 의중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도 그런 점에선 반성할 점이 많다. 정치권에서 독도 문제를 이용한 측면이 많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든지, 내치가 제대로 안될 경우 국민 감정을 자극시켜 불만을 밖으로 돌리려는 사례가 많았다. 국정을 책임진 지도자들의 발언도 국내용과 국외용에 차이가 많다.



신정부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국내에선 과거사 청산을 외치다가도, 밖에 나와서는 ‘과거사는 묻어두자’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물론 우리나라 실익을 위해 일본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 역시 외교는 실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독도문제를 갖고 우리나라 정치권 이나 정부를 공박하는 것은 절대로 옳지않다. 도둑이 들었으면 ‘도둑’을 욕해야지 아버지가 ‘도둑’을 제대로 못막는다고 욕해서는 안될 일이다.



일본은 과거사 인식에 있어 주변 피해국과 차이가 크다. 다른 나라를 침략해 고통을 주었으면,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인정하고 사죄하는 게 백번 옳다. 일이 생기는 과정에서 ‘너희들도 제대로 못한게 많다’면서 공동 책임을 주장하는 것은 강자의 교만이다.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취임한 2001년 4월 이후 개혁을 외치고 있다. 또 아시아지역 국가들과 FTA(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면서 아시아 공동체를 주창하고 있다. 세계 경제대국으로써 지역에서 맡은 책임을 다해 리더가 되겠다는 것이다.



또 한편에선 유엔 평화유지군에 적극적으로 자위대를 내보내 국제사회에서 위상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면서 경제대국에 걸맞는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개혁을 외치고 탄생한 고이즈미 정권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기존 정권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과거사 문제나 인접국과의 관계 개선에선 전혀 변한게 없다.



자민당이 집권하는 동안 독도 문제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자민당은 1955년 탄생후 50년동안 장기집권을 해오고 있다. 서방국가중 정권 교체없이 이처럼 일당 집권이 계속된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에서도 정권교체없이 개혁 이나 변화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권력 지배층이 바뀌지 않는한 그 사회 밑바닥에 자리잡은 가치관이나 인식이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본에 진정한 변화가 오려면 정권 교체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다행히도 그런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기자는 지난해 12월과 금년 2월애 걸쳐 두 달 간격으로 여당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가능성을 발견했다. (단독 인터뷰는 아니고 한국 특파원과의 공동 인터뷰였음)



고이즈미 총리는 노회한 정치인이라는 점을 느낄수 있었다. 그가 아무리 자민당의 개혁을 외쳐도 절대로 집권 여당 이나 일본의 권력 집단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 것을 알고 있다.



일본이 과거와 단절을 하고,개혁을 하기에 63세의 보수주의자인 고이즈미 총리로는 무리다.



반면 올해 52세인 오카다 대표로부터는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남북 문제나 한일 FTA문제,한국정치 경제 전망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솔직히 털어 놓았다. 그가 젊고 싱싱한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다. 꼭 오카다 대표가 아니라도 좋을 것이다.



일본의 정권 교체가 돼야 진정한 사회 변화가 이뤄지고, 독도 문제도 매듭이 풀릴 것이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을 잉태했던 군국주의의 망령을 털어내고 주변국과 공존 공영하기 위해선 내부 변화가 먼저 일어나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