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어디 젊은이들만 그럴까? 어른들도 책을 별로 읽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책을 읽는 독서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지만 꾸준히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많다.
주말에 서점을 들러 보면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이 있다. 어떤 학생들은 계단에 앉아 서너 시간씩 읽기도 하고, 어떤 아주머니는 아기들을 데리고 와서 서점에 풀어 놓고 서재 틈바구니에 쪼그리고 앉아 몇 시간 동안 책을 읽고 있다. 한꺼번에 수십 권의 책을 사서 보따리에 싸 들고 가는 중년의 신사도 보인다.
얼마 전,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젊은이를 만났다.
미국의 유명하지 않은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고 왔다고 했다. 두어 시간 대화를 해 보니 모르는 게 없었다. 모차르트와 피카소, 세종대왕과 집현전, 종교와 정치의 관계, 4대 강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미래, 한국 젊은이들에 대한 희망과 절망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내용을 설명해 주는 게 아닌가? 오랫동안 만나고 싶은 젊은이다.
지하철을 타 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고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며, 문자를 주고 받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간혹, 빽빽한 출퇴근 시간에 공부를 하는 직장인이나 독서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분명히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 깊이 있는 생각을 할 거라는 기대가 된다. 왠지 그들이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올 여름처럼, 크지도 않은 나라를 아래 위로 나누어, 가뭄과 장마가 극한적으로 나뉜 적이 없었다. 특히 가뭄과 고온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거제도 지역, 배를 만드는 “바다 위 공장”을 가주 갔다. 50~70℃에 이르는 갑판 위에서 용접을 하고 페인트칠을 하면서, 뙤약볕에 수지도 못하고 철근을 나르는 분들을 관리하는 현장 감독자분들께 강의를 했다. 그 중에 한 명과 식사를 했다.
“제가 사실은 5년 전, 부산에서 대리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5년 대리운전 해 봐야 5년 후에 역시 대리기사입니다. 그래서 혼자서 과감히 이쪽으로 왔습니다. 처음 1~2년은 고민도 많이 했고, 일이 너무 힘들어 포기할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은 연봉이 4천 만원이 넘습니다. 역시 단순한 노동보다 기술을 배우는 게 빠르더군요. 한두 가지 기술만 있으면 정년도 두렵지 않은 게 이 바닥입니다.”
왠지 그 청년이 멋있어 보였고, 존경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주고받는 소주 잔에서 우정이 더해졌다.
거제도 옥포 조선소 근처에 멋진 호텔이 있다. 올해에만 40번 넘게 숙박을 한 호텔인데 어느 날 거리에서 그 호텔 요리사를 만났다. 알고 지낸 적이 없는데 인사를 건네는 게 아닌가? 자주 오는 고객이라 특별히 체크를 해 놓고 있었나보다.
“저는 호텔에서 요리를 하다가 어느 날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틈틈이 하다 보니 외국어도 잘 하게 되었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했습니다. 남들은 멀다고 하지만, 서울과 거제도를 오르내리며 요리하고 공부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이제 40대 후반인데 딱 한 가지 할 일이 있습니다. 장가를 가야겠는데 도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요즘 사람들, 다 그렇다고? 누가 그래?
그래서 나라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절대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그들이 미래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