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기 5 -  나는 열어야 한다
열리기


대성리의 설치미술전작품이다
아주 높은 나무 위에 별 잡동사니를 다 매달았다
그걸 보면서 속으로 그랬다
미친년 속곳 가랭이 같구먼

을씨년스러운 겨울 강
배는 강가에 묶여 출렁이고
욕망은 현실에 묶여 나풀거렸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흐느적거리는 저 작가의 욕망이나
배가 묶여 뱃놀이를 못하고 머무적거리는 내 욕망이나
무엇인가를 매단다는 것
나도 매달고 싶은 것이 심정이다
나는 저 늘어진 가지마다 오색 풍선을 수백개 매달고 싶다
수소 가스를 넣은 풍선을 말이다
그래서 하나씩 펑펑 터트리면서 죽어가고 싶다
그러나 다시 눈을 들어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생각을 고쳐야했다
다 부질없는 짓이여

이젠 이 현실 속의 나는
더 이상 무엇인가를 매달아서는 안 된다
크나 작으나 잘생겼거나 못생겼거나
나는 이제 열매를 맺어야 한다
무한히 내게 사랑을 베풀었던
태양, 바람, 대지, 눈빛들 그밖의 모든 것들을 위하여
이제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열어야 한다

나는 열어야 한다
이젠 열어야 한다
아직도 무엇을 매단다는 것은
세월을 속이는 것이고 나를 속이는 것이다
매다는 것은 이젠 젊은이들에게 맡기고
나는 열어야 한다

작은 풀꽃 하나도 때가 되면 꽃 피고 씨 맺는데

언제까지 나는 세상 탓을 할 것인가
내가 열지 못하는 것 그것만 나는 들고 파야 한다

언젠가 때가 되면 나는
흔들리는 저 작은 배를 강물에 띄우고
그리고 인생을 노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