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학습모임에서 학습자들에게 지난주 중 좋았던 일(good news)을 소개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몇 사람의 발표 중에서 보험회사 여성 지점장의 발표가 뜻 깊었다. 다음과 같은 요지였다.

몇 년 전 몸이 많이 아팠다가 이제는 다 나아서 제2의 인생을 사는 입장에서, 만일 내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어떤 것이 가장 아쉬울까를 생각해 보니 몇 가지 중 가족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곧바로 두 아이들을 회사부근으로 불러 점심을 같이 먹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밥을 먹으면서 엄마가 모처럼 불러내 같이 점심을 먹자는 일을 의아해하며 무슨 일이냐고 자꾸 묻더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소중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야 겠다면서 한 주 중 가장 좋았던 일이었다고 소개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사람들도 가족과의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 역시 가족들과 함께 뭔가 좋은 일을 만들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아내는 나에게 종종 다음과 같은 말로 섭섭함을 표하곤 한다. “당신은 출근하고 나면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는 마누라가 궁금하지도 않느냐, 나 같으면 궁금해서라도 전화 한번 해 보겠다”는 말을 흘려듣곤 했던 나의 무심함에 얼굴이 화끈했다. 돌이켜 보니 일에 빠져 산다는 핑계로 가족에게 친절하지 못했고 아내가 좋아 할 간단한 이벤트도 별로 만들지 못했다. 앞으로는 개선해야 할 일임이 분명하다.

며칠 전에는 정년퇴직한지 5년 쯤 되는 선배가 자기 아내에게 보낸 편지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공직에 봉직한 30년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청렴으로 받아주고 아플 시간도 없이 분주하게 살아온 당신! 무엇으로 갚아야 조금이라도 보답이 될까요? 당신 좋아하는 칼국수 외식도 하고 연애시절 다녔던 찻집도 가봐야 겠지요…. 아무리 큰 폭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강한 당신, 대나무처럼 꿋꿋하게 가족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자식들을 잘 키워준 당신은 진정 나의 지표이고 스승이며 우리 가족을 더 없는 부자로 만드는 지혜로운 현모양처십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해야 돼요. 꼭 한마디 드리고 싶네요.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배필로 맞이하고 싶은 나의 소중한 보배. 사랑합니다.”

선배는 퇴근길에 향기 짙은 꽃송이를 아내에게 전했다고 했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두 가지 일에서 교훈을 얻었다. 나도 앞으로는 퉁명스럽지 않게 좀 더 따뜻한 말을, 하루 종일 외롭게 혼자 있는 아내에게 관심을, 먹고 싶다고 몇 번 말했던 굴짬뽕 먹는 일을 신속히, 향기 좋은 꽃을 가끔, 그리고 지점장과 선배가 했듯이 마음뿐이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