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자장면'이 목사님을 유혹할 수 있으려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88고속도로 해인사 톨게이트를 나오면 바로 앞에 중국음식점이 보인다. 간판은 작은데 광고현수막에 적힌 ‘스님자장면’이라는 큰 글씨가 눈길을 끈다. “스님이 자장면을 만들까?” 아니면 “자장면 판돈을 절 재정에 보탤까?” 몇 가지 상상을 하며, 가야산 등산을 마치고 오면서 먹기로 했다.
하산 즉시 자장면 집으로 달렸다. 자장면을 만드는 사람은 상상했던 스님이 아닌 50대 부부였다. 메뉴판의 특이한 음식이름들과 “니가 갖다 무~라”고 쓴 안내 문구에 의아해 하니, 안주인께서 조근 조근 설명을 해준다.
그녀에 의하면 우리 일행이 오늘 운이 좋아서 스님자장면을 먹는 행운을 잡은 것이라며, 평소에는 손님이 많아서 서빙도 못해주므로 주방입구에서 직접 받아와야 한단다. “오늘은 추운 날씨 탓에 손님이 적어 준비한 재료가 남아서 먹을 수 있다”며 “방송에도 소개된 스님자장면을 모르냐”고 되물었다.
스님자장면을 보니 동물성 재료는 하나도 쓰지 않고 10여 가지의 식물성 재료만을 쓴 관계로 돼지고기와 양파를 주로 쓴 일반 자장면과는 맛이 확실히 달랐다. ‘자장면의 차별화였다.’ 건강식, 웰빙식을 선호하는 요즘 사람들의 기호에 꼭 맞춘 듯하다.
스님자장면은 설악산 백담사, 정읍 내장사 등 전국의 많은 사찰로 수백 명분의 자장면 출장요리를 다닌다고 한다. 쓰는 재료와 맛, 만드는 사람의 정성을 인정받은 결과 같다.
주인은 “내 아들과 손자를 먹인다는 마음으로 좋은 재료를 쓴다”고 말했다. 또 “음식을 맛있게 만들면 지금 같은 불황기에도 어느 지역에서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동안 여러 사람들이 직업전환이나 음식점 창업을 위해 기술을 전수받으러 찾아왔으며 그 사람들에게 2개월 간 도제방식(徒弟方式)으로 주방 설거지부터 시키면서 요리법을 가르쳐 줬다고 한다. 그 제자들 중 창업을 한 사람들은 모두 성공하고 있고 또 앞으로 견습을 예약해둔 사람도 서 너 명이나 된다고 했다.
그곳에서 나의 관심이 크게 간 것은 주인의 ‘장인정신’과 ‘기술전수’였다. 물론 기존의 자장면과 확실히 다른 웰빙형 자장면을 개발한 ‘제품혁신성’은 말할 것도 없고, 해인사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한 ‘브랜딩전략’ 등 자장면의 블루오션 창출이라고 봐도 과하지 않다.
그러나 그에 더해 남을 더 생각하는 주인의 마음, 즉 “꼭 해보겠다는 의지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전수시켜준다”는 마이스터로서의 사명감이었다.
지금도 주인이 강조했던 “음식이 맛있으면 어느 지역에서나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 만일 내가 자장면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고 창업을 한다면 자장면 이름을 어떻게 붙이는 것이 좋을까 상상해 보았다. 혹시 식당 앞에 교회가 있다면 스님자장면이란 이름으로는 목사님을 유혹할 수 없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