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인자함과 관대함, 인색함과 냉정함 중에 어떤 평판이 조직을 이끌기 좋을까?

일본인들이 존경하는 3대 영웅은 오다 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말한다. 세 사람은 군웅할거의 혼란한 전국시대를 통일하여 일본을 단일 국가로 발전시킨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경영인들이 좋아하는 소설 <대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 사람은 동시대를 살아간 영웅이지만,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다.

먼저 오다 노부가나는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혼란스런 중세의 가치관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려는 선구자와 같은 사람이다. 기존 사회 가치를 파괴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시기에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요했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일본 통일에 오다 노부나가의 기여가 95% 이상이라고 한다. 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방해가 되는 사람은 가차없이 처단해 버려 주변 사람에게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보통 기존의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에게 나오는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어 등장한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데 치밀한 전략에 기반해서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이다. 당시 조선을 침략한 것도 내부의 혼란을 외국(조선)과의 전쟁이라는 이슈를 만들어 일거에 정권의 안정화를 꾀한 전략이었다. 그래서 한국인에게는 원수지만 일본인에게는 일본 전국을 통일한 영웅이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국(조선)과 전쟁을 벌일 만큼 치밀하고 냉정한 사람이었다.

끝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오다 노부나가와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만들어 놓은 기반을 잘 완성시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한 인물이다. 어떤 면에서 이들 세 사람 중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며 진정한 승자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예술의 경지에 오른 기다림과 참을성의 대가였다. 오다 노부나가의 강요에 의해 맏아들을 죽이고, 토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둘째 아들을 인질로 주고, 여러번 결혼 경험이 있는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여동생을 정실로 맞아들이는 굴욕도 참아낸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하고 죽자, 처음에는 그의 아들을 대리하여 섭정을 했지만, 모든 권력을 장악한 후 결국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을 죽이고 진정한 일본의 통일을 이루어 낸다. 힘을 기르기 위해 토요토미 히데요시 앞에서 온갖 굴욕을 참아냈지만, 기회가 왔을 때는 주군의 아들을 죽이고 정권을 재창출할 만큼 냉정한 면모도 보였다.

일본을 통일한 영웅들의 공통점은 목표를 이루는 것이었으며, 그 사람이 가진 관대함과 잔인함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리더에게 관대하고 인자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반드시 좋은가? 인색하고 냉정하다는 평판이 반드시 나쁜 것인가? 어떤 리더는 인색하다거나 냉정하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이끄는 조직은 안정적이고 리더의 지위는 공고하다. 다른 리더는 관대하다거나 인자하다는 평판을 듣는다. 그런데 조직은 불안정하고 리더의 지위는 위태롭기만 하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가?



“인간은 두려워하던 자보다도 애정을 느끼던 자에게 더 가차없이 해를 입힌다. 그 이유는 원래 사람은 사악하므로 단순히 은혜로 맺어진 애정쯤은 자기와 이해 관계가 얽히는 기회가 생기면 즉시 끊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워하는 자에 대해서는 그들 자신이 처벌이라는 공포로 묶여 있기에 결코 모르는 척 할 수 없다.” (마키아벨리 <군주론> 중에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백성이 군주를 사랑하는 것은 그들의 뜻이라고 했다. 또한 백성이 군주를 두려워하는 것은 군주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했다. 조직원이 리더를 사랑하는 것은 리더의 성격이나 행동이 그들의 요구에 맞을 때이다. 좋은 성격과 행동을 하더라도 조직원이 리더의 말을 따르지 않고 우습게 여긴다면 리더의 성격과 행동은 존중 받을만 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에 인색하고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리더의 말을 잘 따른다면 리더의 성격과 행동은 존중 받을 만 하다. 그래서 우습게 보이는 리더보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리더가 낫다는 얘기이다. Ⓒ JUNG JIN HO



정진호_IGM 세계경영연구원 이사, <일개미의 반란> 저자



※ 필자의 글에 대한 의견과 문의사항은 덧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jjhland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jjh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