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하는 상사 신고하자 퇴사 강요…노동부는 나 몰라라
2019년 7월 서울의 한 회사 기획팀에 입사한 A씨는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렸다.

상사는 늦은 밤에 전화를 걸어오고 식사 자리에서는 신체 치수를 물어보며 성희롱했다.

상사는 사적 만남을 계속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A씨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동료들도 말을 걸지 않으면서 집단따돌림이 시작됐고 A씨는 버티다가 작년 4월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신고했다.

돌아온 것은 타 부서 강제 발령과 권고사직이었다.

내부 조사가 이뤄졌지만 '혐의없음'으로 종결됐고, 상사는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결국 A씨는 퇴사하고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에 신고했지만 근로감독관은 두 달 동안 연락이 없었다.

사건은 A씨도 모르게 '임금체불'로 접수돼 종결됐다가 뒤늦게 이를 알게 된 A씨가 항의하자 지난해 12월 근로감독관이 교체됐으나 역시 아직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A씨 사례를 포함해 올해 1월과 2월에 걸쳐 받은 직장갑질 제보 397건 중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210건(52.9%)의 분석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 중 신고한 건수는 86건(41.0%)이었는데, 이후 보복을 당한 경우는 26건(30.2%)이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2일∼29일 조사한 직장 내 괴롭힘 현황에서도 신고 이후 불합리한 처우를 받은 사람이 대다수였다.

조사 결과 신고 경험자의 절반 이상(53.8%)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중 69.2%가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경험했는데 세부 유형으로는 '징계, 근무조건 악화'(61.1%)가 가장 많았다.

접수된 제보 중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자 신고자에게만 과도하게 업무를 주고 회사에서 지급하는 선물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자체 종결하는 등 직무유기를 하는 경우도 있어 직장인들이 또다시 상처받는다고도 지적했다.

김한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용자들은 여전히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불이익처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명백한 법 위반임에도 노동부에서 제대로 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