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한·미동맹, 안보 넘어 자유민주주의 공유하는 가치동맹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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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한미협회장 인터뷰
안보와 경제는 분리할 수 없어
현정부 '安美經中'은 어불성설
전작권 조기전환, 위기 부를 것
안보와 경제는 분리할 수 없어
현정부 '安美經中'은 어불성설
전작권 조기전환, 위기 부를 것
“한·미 동맹은 안보 차원을 넘어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공유하는 가치동맹으로 발전돼야 합니다.”
최중경 한미협회장(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이 자국 바깥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식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양국이 추구하는 공통 가치를 기반으로 70년의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서 제기되는 ‘중국 경사론(미국과 멀어지고 중국과 가까워진다는 의미)’을 현재 한·미 동맹이 직면한 도전으로 진단했다. 최 회장은 “다자(多者) 체계인 국제사회에서 한·미 동맹과 한·중 우호 관계가 마치 양자택일의 문제라는 식의 극단적인 사고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며 “정작 한국은 동맹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들어가며 급속도로 중국으로 쏠리는데 문제는 한·중 관계가 갈수록 상호호혜적이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을 일컫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 전략에 대해서도 “안보와 경제는 분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 회장은 “안미경중을 주장하는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너무 과신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갖고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삼각 공조 복원 차원에서 양국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 회장은 “군사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한반도에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대부분 지원 물자는 일본 군수 공장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다”며 “한·일 관계가 지금처럼 안 좋으면 미국이 동북아시아 안보 전략을 세우는 데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에 적극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전작권 전환은 철저히 유사시 군의 작전 효율과 승패에 관한 문제를 놓고 봐야 한다”며 “전쟁 승패를 좌우하는 전략자산을 미국이 모두 갖고 있는 상황에서 준비가 부족한 전작권 전환은 한반도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양국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안보 측면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합작기업이 해외 사업 수주를 따내는 등 양국 산업 협력의 질과 양을 모두 늘려 서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최중경 한미협회장(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이 자국 바깥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식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양국이 추구하는 공통 가치를 기반으로 70년의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취임한 최 회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임에도 외교와 역사 관련 책을 두 권이나 저술했다. 32년의 공직생활과 주필리핀 한국대사 등으로 외교 일선에 직접 나서며 “경제와 외교는 분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걸 몸으로 습득했다.
외교가에서 제기되는 ‘중국 경사론(미국과 멀어지고 중국과 가까워진다는 의미)’을 현재 한·미 동맹이 직면한 도전으로 진단했다. 최 회장은 “다자(多者) 체계인 국제사회에서 한·미 동맹과 한·중 우호 관계가 마치 양자택일의 문제라는 식의 극단적인 사고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며 “정작 한국은 동맹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들어가며 급속도로 중국으로 쏠리는데 문제는 한·중 관계가 갈수록 상호호혜적이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을 일컫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 전략에 대해서도 “안보와 경제는 분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 회장은 “안미경중을 주장하는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너무 과신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갖고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전작권 전환은 철저히 유사시 군의 작전 효율과 승패에 관한 문제를 놓고 봐야 한다”며 “전쟁 승패를 좌우하는 전략자산을 미국이 모두 갖고 있는 상황에서 준비가 부족한 전작권 전환은 한반도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양국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안보 측면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합작기업이 해외 사업 수주를 따내는 등 양국 산업 협력의 질과 양을 모두 늘려 서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취임사로 “한·미 관계가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겠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최근 한국이 한·미 동맹을 배척하면서 중국으로 과도하게 쏠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미 동맹에 대한 분명한 도전이다. 다자(多者) 체계인 국제사회에서 한·미 동맹과 한·중 우호 관계가 마치 양자택일의 문제라는 식의 극단적인 사고방식은 먹히지 않는다. 정작 한국은 동맹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들어서가며 급속도로 중국으로 쏠리는데 문제는 한·중 관계가 갈수록 상호호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에 가장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한국과 달리 중국이 한국부터 차단해버린 것만 봐도 그렇지 않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안미경중)’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안보와 경제는 분리할 수 없다. 안미경중을 주장하는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너무 과신하기 때문이다. 거친 표현을 하자면 한국은 아직 양쪽 눈치를 봐야한다. 그런데 안미경중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갖고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있다. ‘어중간한 조치는 파멸을 초래한다’는 정치철학자 마키아벨리의 말이 현재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명히 할 건 분명히 해야 한다.”
▶지난해 한·미 동맹이 안보동맹을 넘어 가치동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책임이 따르는 개인의 자유(liberty)와 시장의 자유(freedom)이 결합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건국됐다. 한국은 미국이 자국 바깥에서 이러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식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시스템을 홍보할 수 있는 모델 케이스다. 이런 점에서 한·미 동맹이 단순한 안보 차원을 넘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이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도 여전히 성공 사례인가.
“한국이 이미 성공한 사례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성공한 사례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정부·여당은 온갖 규제법을 동원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나 집중투표제 등으로 회사의 지배구조를 간섭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으로 경영자의 책임을 지나치게 물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는 한·미가 그동안 공유해온 가치에 어긋난다. 미국은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사실상의 건국이념으로 삼고 초강대국이 됐다. 그런데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줘도 될까말까 한 상황에서 정부 개입을 최대화하고 있다.”
▶과거 저서에서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을 가능하게 한 2014년 일본의 헌법 해석 변경을 1904년 한·일 의정서에 비유했다.
“(한·일 의정서 체결 당시) 대한제국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지를 몰랐다. 당시 영국과 미국은 러시아의 남진을 저지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공유했다. 그런데 대한제국은 러시아에 접근하는 우(愚)를 범했다. 영·미가 조선을 저렇게 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할 때 일본이 틈을 파고 들었다. 현재 한반도 상황도 비슷하다. 한·미 동맹이 견고하면 일본이 파고들 여지가 없다. 한·미 동맹에 틈이 생기면 일본이 그 틈을 메우게 된다. 당시 일본의 헌법 해석 변경은 박근혜 정부 당시 미국 조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밀착한다는 심각한 우려가 팽배하던 때 이뤄졌다. 미국이 묵인한 것이다.”
▶그런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삼각 공조 복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에게 한·일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한·일 양국은 전술적·전략적으로 협조할 게 많다. 순수하게 군사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지원 물자는 일본 군수공장에서 오게 된다. 한·미 동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전략 자산 상당 부분도 일본에서 전개된다. 한·일 관계가 지금처럼 안 좋으면 미국이 동북아 안보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서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에 적극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3년 연속 대폭 축소 시행되고 있다.
“진정한 동맹 관계라면 동맹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다 해야 한다. 특히 양국은 언어도 다르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훈련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한반도 유사시에 미군 증원군은 태평양을 건너와야 한다. 훈련은 유사시를 대비해서 하는 것이다. 증원 인력과 전략 자산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훈련을 해야만 하는데 되레 계속 축소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훈련이 계속 축소되면 정부에서 심혈을 기울이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도 더 멀어지게 돼있다. 연합훈련과 전작권 전환은 톱니바퀴처럼 반대로 물려있다.”
▶현 정부는 전작권 조기 전환 입장을 고수한다.
“개인적으로 전작권 전환에 회의적이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은 모두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이 주장을 하고 미국이 보조를 한다는 것은 군사 상식에 맞지 않다. 전작권 전환은 철저히 유사시에 군의 작전 효율과 승패에 관한 문제로 놓고 봐야 한다. 민족 감정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전작권 조기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누가 압도적인 힘을 효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지 놓고 따져봐야 할 문제를 두고 ‘돌격정신’만 있으면 된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돌격정신이야 말로 일제의 유산이다. 만일 미국이 조속한 전작권 전환을 원한다면 한반도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을 수 있다.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돼도 별 상관없다’는 메시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우리 정부의 대미 외교 로비력이 아쉽다는 평가를 했다.
“워싱턴DC에 있는 공관만 가봐도 알 수 있다. 공관의 크기나 규모 면에서 일본과 비교하면 월등히 작다. 일본의 경우 다섯 명 이상씩 파견되는 언론사 특파원도 각사에 한 명 정도만 파견될 뿐이다. 일본이 미국의 싱크탱크나 학계 등에 로비하는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조야에 한·일 관계를 계속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클 정도다. 위안부 망언을 한 하버드대 렘지어 교수도 마찬가지다. 부분적으로 일본의 대미(對美) 로비력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 정책에 있어서 낙관론을 버리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절대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협상을 안 하겠다고 말했다. 실무진 간의 합의가 없으면 자신은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의 톱다운식 비핵화에 의지해왔다. 상당한 시각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핵 문제에 있어 미국에는 강경파, 온건파가 따로 있지 않다. 핵 문제에 있어서는 정당과 계파에 상관없이 모두 강경파다. 접근 방식에 사소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북핵을 둘러싼 미국의 인식부터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미국 국무·국방 장관이 첫 해외 순방지로 한·일을 선택했다.
“중국과 북한을 향해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고 강조하는 메시지다. 오판하지 말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직후 미국에서 6·25전쟁 참전 기념비를 찾았다. 전임 행정부 때 망가진 한·미 동맹을 복원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동북아 지역 질서는 중국의 부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자신과 동맹의 이익을 위해서 중국에 맞서는 한·미·일 협력을 강조할 것이다. 이번 순방도 그런 차원이다.”
▶한·미 동맹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제일 중요하다고 보는가.
“한·미 산업 협력이 더욱 활성화 돼야 한다. 한·미 동맹 강화는 양국 간 군사·안보적인 이익 공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양국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것도 안보 측면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 기업이 미국 앨라배마주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고, 양국 합작 기업이 아랍에미리트에서 원전을 수주하고 하지 않나. 이러한 사례가 훨씬 더 많아져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야 한다. 한·미 산업 협력의 질과 양을 모두 늘려야 된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