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는 지난 21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사용후 핵연료 정책에 관한 정부 권고안을 18일 발표했다. 위원회는 2019년 5월 방사능 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법률·과학, 소통·갈등관리, 조사통계 등 15명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세웠지만, 현 정부들어 국민 의견수렴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2차 위원회를 꾸린 것이다.
위원회는 △방폐물 영구처분시설 및 중간저장시설 확보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및 포화전망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술개발 등 8개 분야에 관해 논의해 최종권고안을 마련했다. 전문가 의견과 함께 전 국민 대상 공론조사 등을 종합한 결과다.
사용 후 핵연료란 원자력발전에 사용하다가 수명을 다한 우라늄 핵연료를 의미한다. 국내에서 매년 약 750톤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한다. 사용 후 핵연료는 높은 열과 방사능을 지니고 있다. 안전을 위해 특별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사용 후 핵연료 보관시설은 임시저장시설과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로 나뉜다. 국내에는 현재 임시저장시설만 있다.
위원회는 이번에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을 새로 수립해 정부에 권고했다. 우선 정부가 사용 후 핵연료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주문했다. 부지선정 절차부터 유치지역 지원까지 모두 법에 근거해 처리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정의부터 건설절차까지 법적 근거가 빈약해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을 전반적으로 총괄 관리할 수 있는 독립적 행정위원회 신설도 주문했다. 현재는 산업부가 주관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수립하고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심의 의결하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정권에 따라 독립성, 신뢰성 등을 두고 논란이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위원회는 이외 관리시설의 경우 동일부지에 중간 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해댜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영구처분시설 확보가 쉽지 않을 경우 별도 부지에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사용 후 핵연료 관리 기본원칙에 ‘원전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규정된 문구는 삭제 여부를 고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방사능 폐기물은 안전관리 측면에서 접근할 대상이지 원자력 진흥 정책과 분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국민 의견 수렴과정에서는 ‘국민 안전’과 ‘원전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둘다 중요한 가치라는 의견이 다수가 나오면서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김소영 위원장은 “권고안 내용 상당수가 입법ㆍ정책적 사안이므로 정부ㆍ국회가 힘을 합쳐 기본계획 수립, 특별법 제정 등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학자적 양심을 걸고 의견 수렴 과정에서 조작은 절대 없었다”며 “다만 위원회에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은 부족한 점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