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건축시장에서 건축주를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는 ‘말’이다. 현장에서는 많은 대화가 오가는데, 좋은 말보다는 상대방을 기만하려는 나쁜 의도의 말이 대부분이다. 이번에는 시공과 관련한 ‘말’들의 사례를 공유해본다.

서울 건축주 B씨는 토지를 구입하고 건축허가까지 마쳤을 때 한 건축업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3.3㎡당 450만원에 다 해드리겠습니다. 은행 대출이 적게 나와도 잔금은 공사 끝나고 임대보증금 나오면 받을게요.” 이 말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가 결국 건축자금이 부족해 하도급업체들이 공사를 멈췄다. 건축업자는 자취를 감췄고, 긴 소송과 그동안의 은행 이자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만약 괜찮은 시공업체를 만나 무사히 착공했더라도 현장소장이 “설계도면이 잘못돼서 이런 식으로 바꿔서 진행해야 하니 설계변경 확인서에 도장 좀 찍어주세요”라고 할 수도 있다. 몇 번 도장을 찍어 주다 보면, 나중에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여러 번 설계와 재료가 변경돼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했으니 정산해주셔야 합니다. 안 되면 더 이상 공사를 못 합니다.” 게다가 시공사 대표는 “추가 비용과 공사 잔금을 안 주면, 준공(사용승인) 서류에 도장 못 찍어 줍니다”라고 말한다. 결국 추가 비용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에 사용승인을 신청하면 담당자는 이것저것 들쳐가며 말한다.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했네요. 법규 위반이라 사용승인이 안 됩니다. 시정 후에 다시 검사받으세요.” 참 힘든 중소형 건축판이 아닐 수 없다.

건축주의 말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상가주택을 짓던 건축주 L씨는 “시공사 현장소장은 나를 속이는 사기꾼”이라는 선입관으로 모든 공정에 개입해 작업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공사기간이 늘어나자 모든 책임을 시공사 탓으로 돌리며 현장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

건축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함께 일하기로 했다면 일단 상대방을 믿어야 한다. 서로 오해가 생기거나 진행의 실수가 있어도 신뢰의 근간을 흔들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믿을 수 없다면, 근거를 남길 것을 권한다. 현장과 관련된 모든 것을 사진, 영상, 문자메시지 등으로 남겨서 향후에 있을지도 모를 분쟁에 대비하는 것이다. 건축주는 ‘전문가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판단할 지식과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말을 신뢰하는 한편 항상 증거자료를 남긴다면 좀 더 안전하게 공정이 진행될 것이다.

송찬호 < 행복건축협동조합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