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철원 '재검토 필요', 고성 '찬성', 양구·인제 '신중'
'군인의 강원도민화' 놓고 접경 지자체들 셈법 제각각
강원도가 영내 기거 군인의 주소 이전을 허용하도록 하는 주민등록법 일부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접경 지자체들이 엇갈린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현행 주민등록법에서는 '영내에 기거하는 군인은 그가 속한 세대의 거주지에서 본인이나 세대주의 신고에 따라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내 복무 중인 군인의 상당수는 도내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주민등록상으로는 타시도의 주민인 셈이다.

도내 군인 모두가 복무지에 주민등록 하면 강원 인구는 15만 명이 늘어나며, 도 전체적인 보통교부세는 기존보다 714억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군의 강원도민화 운동을 벌여 왔으며 이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도의 입장과 가장 먼저 충돌한 곳은 화천군이다.

화천군은 "복무지 주소이전의 문제점과 대안은 단순하지 않은 만큼 다각도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화천은 낙후지역으로 연간 219억원의 교부세가 지원되지만, 군인 주민등록 이전 시 받을 수 없게 되고, 인구 증가에 따른 소요 비용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교부세는 미미하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법 개정에 따라 모든 군인의 주민등록지를 영내로 변경하는 것으로 가정했지만, 주소 이전은 선택이고 인구 2만5천 명이 되지 않는 인구가 5만 명 안팎으로 늘어나면 행정수요 처리 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군인의 강원도민화' 놓고 접경 지자체들 셈법 제각각
애초 법 개정에 찬성했던 철원군도 "지방자치제도의 진의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철원군은 "주민 4만4천300여 명 중 유권자는 3만 명 남짓인데 주둔 장병 2만7천여 명이 주민등록 하면 기존 유권자 수와 맞먹게 된다"며 "2년도 복무하지 않는 장병들의 투표로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고성군은 교부세 증가와 인구 감소 해소 등을 통해 지역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양구와 인제는 신중하게 실익을 따지는 모습이다.

인제군은 "신중하게 논의 중이며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양구군도 "법 개정이 지역에 가져다주는 득실을 분석 중이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군인의 주민등록 이전을 허용하도록 한 주민등록법 일부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병주·도종환 의원 발의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군사보안 사항 노출 등의 이유로 수 차례 통과의 벽을 넘지 못하는 등 개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