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사진)가 지난 15일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건너 뛴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대해 "뭐가 그리 시급한 사업이라고 그렇도록 성급하게 밀어붙이는지 그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 사업에나 마구잡이로 예타 면제를 적용하는 무리수를 두어 가면서까지 토목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절대 반대"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28조원이 투입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해 예타를 면제하는 특별법을 지난달 26일 통과시켰다.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비 지원액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다. 무분별한 사업 추진에 따른 재정 낭비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 교수는 "낭비를 막는다는 점에서 예타 조사는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 역할을 했다"며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는 정부와 여당이 어떤 예타 면제의 구실을 갖다 붙인다 해도 궁색한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서 추진한다”며 “정부·여당의 태도를 보면 마치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재정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가채무에 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한층 더 보수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며 “이런저런 사업에 모두 예타 면제를 적용하는 것은 국민의 눈에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비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예타제도가 완전히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그 결과 천문학적 예산 낭비가 일어났던 결정적 사례가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대강사업’"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제2의 4대강사업이 될 수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미시경제학·재정학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상아탑을 벗어나 사회 문제에도 소신발언을 마다하지 않는 학자로 유명했다. 진보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1994년 제자인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과 함께 작성한 ‘경제학원론’은 1980~1990년대 조순·정운찬 교수의 ‘경제학원론’과 함께 2000년대 경제학도의 필독서로 통했다.

이준구 교수의 정년 퇴임을 맞아 제자들이 집필한 기념문집인 '꽃보다 제자'에 참여한 저자 목록에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올라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