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전자 사외이사 연임안 '찬성' 최종 결정

기금운용본부 어제 찬성 결정후 산하 심사기구서 재논의 요구
본부 결정 따르기로 했지만 위원 퇴장·사퇴하는 등 '진통'

국민연금이 17일 열리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상정될 사외이사 연임안에 대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 일부 위원들이 재논의를 요구했지만, 찬성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6일 박병국 서울대 교수와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전 법제처 처장 등 삼성전자 사외이사 3인의 재선임 안건에 찬성하기로 한 결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기금운용본부는 전날 이 같은 결정을 공시했으나, 본부 산하 의결권 행사 심사기구인 수탁위의 일부 위원들이 수탁위 차원의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경영진 견제와 감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사외이사 연임안에 '반대'를 권고하는 등 기업가치와 관련된 중요 사안인 만큼 국민연금 내부 결정이 아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위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가 필요할 때 보통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결정하고,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되는 사안은 수탁위에 결정을 위임할 수 있다.

위임 과정이 없더라도 수탁위는 재적인원(전체 9명)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주요 안건을 자체적으로 심의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수탁위원 3명이 삼성전자 주총 안건을 수탁위로 넘겨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수탁위는 이날 의결권 방향을 재논의할 필요가 있는지 토론했으나, 전날 기금운용본부의 결정을 따르기로 최종 합의했다.

수탁위 다수 위원은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해 대외적으로 공시된 사항을 수탁위에서 심의·결정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신뢰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결정은 안건 회부를 요구했던 위원 3명이 퇴장한 이후에 나왔다.

안건 회부를 요구한 3명 중 이상훈 변호사(근로자 단체 추천)와 홍순탁 회계사(지역가입자 단체 추천) 등 2명은 기금운용본부의 단독 결정 등 국민연금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고 공시까지 한 이후 수탁위가 재논의를 요청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이번 삼성전자 주총 의결권 행사 판단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곤란해 수탁위에 결정을 요청할 사안'이라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 방향을 결정한 것"이라며 "수탁위 심의·결정 관련 절차 및 안건 회부 요청 시한에 대해서는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3인의 재선임과 함께 김기남 부회장 등 삼성전자 사내이사 3인의 재선임에도 찬성한다.

다만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안에 대해서는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춰 과다하거나 보수한도 수준과 보수금액이 회사의 규모 및 경영성과 등에 비춰 과다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반대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