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망원경은 '유령입자'로도 불리는 '중성미자'(neutrino)를 관측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15년부터 건설이 진행돼 왔다.
AFP와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칼-GVD'로 명명된 이 수중 망원경은 지난 13일 바이칼 호숫가에서 약 4㎞ 떨어진 곳의 수심 750~1천300m에 얼음을 뚫고 설치됐다.
바이칼-GVD는 우주에서 지구에 도달해 부딪히는 모든 물질을 통과하는 중성미자의 관측을 도와 화학 원소 생성 과정과 별의 진화 등 우주의 기원을 이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입자(렙톤)족에 속하는 소립자인 중성미자는 질량이 작고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데다 전하를 띠지 않고 다른 입자와 상호 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 포착하기가 무척 어려우며, 물속이 그나마 검출 효율이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이날 바이칼호의 얼음을 직사각형으로 깨고 검출기를 담은 공 모양의 유리와 스테인리스강으로 광학 모듈을 케이블에 달아 물속으로 하강시켰다.
광학 모듈은 닻을 달아 호수 바닥에 고정했으며, 부표를 통해 필요한 높이로 조절할 수 있다.
바이칼-GVD는 이런 광학모듈 십여개로 이뤄져 처음에는 500㎥에서 뉴트리노를 측정하다가 수년 내에 광학모듈을 추가로 설치해 측정 영역을 1㎦로 확장하게 된다.
뉴트리노 망원경을 추진해온 러시아 '합동원자핵연구소'(JINR)의 드미트리 나우모프 연구원은 "500㎥를 측정하는 뉴트리노 망원경이 우리 발아래 설치됐다"면서 바이칼-GVD가 미국이 남극의 얼음 아래 설치한 중성미자 검출기인 '아이스큐브'(IceCube)에 필적하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안에 같은 수준에 도달한 뒤 이후 아이스큐브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이 망원경이 현재 수준에서도 북반구에서 가장 큰 중성미자 검출기라고 설명했다.
또 세계 최대 호수인 바이칼호가 수심이 깊고 물이 맑아 중성미자 망원경을 설치하기에 적합할뿐만아니라 유일하다고 했다.
바이르 쇼이보노프 연구원은 "맑은 민물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두 달에서 두 달 반 정도 얼음에 덮여있는 것도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칼-GVD 설치에는 체코와 독일, 폴란드, 슬로바키아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