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세상] "착한 저 가게 '돈쭐'내자"…확산하는 개념 소비 '바이콧'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돈쭐 내줄' 식당.
잘못을 저질러 혼쭐을 내야 하는 가게가 아니라 좋은 일을 해 보상(돈쭐·돈과 혼쭐 합성어)을 받을만한 가게란 의미다.
돈쭐 내줄 가게 목록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유하면서 '좋은 일을 한 가게에 가서 돈을 많이 쓰자'고 권유하는 활동이 최근 누리꾼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좋은 일을 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는 돈쭐내기를 통해 선행하는 가게가 늘어나도록 독려하려는 취지다.
돈쭐 내줄 가게 목록에는 '선한 영향력 가게' 프로젝트에 참여한 식당, 카페, 안경점, 사진관, 학원 등이 많이 들어 있다.
선한 영향력 가게 프로젝트는 결식아동에게 발급되는 '아동급식카드'를 소지한 아이들에게 무료로 음식이나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홍익대 부근 한 파스타 가게가 2019년 시작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기도 한 사진관은 아동급식카드 소지 아이들에게 무료로 증명사진을 촬영해줬으며, 충남 한 학원은 수업료를 전액 지원했다.
참여 가게가 꾸준히 늘어나 지난 10일 현재 840곳에 달하고 있다.
◇ "음식 먹은 걸로 하고 돈 냈어요"…'돈쭐내기 인증' 릴레이
누리꾼들은 돈쭐 내줄 가게로 지목된 곳을 찾아 음식이나 상품을 구매한 뒤 인증 사진을 SNS에 올려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한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선한 영향력 가게'를 검색하면 이들 가게를 방문한 후기를 여러 건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 최모(23)씨는 선한 영향력 가게 프로젝트에 참가한 관악구 한 카페에서 음료를 구매한 뒤 "원래 자주 찾던 카페인데 알고 보니 선한 영향력 가게여서 더 기분 좋게 이용하고 있다.
SNS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리고 친구들에게도 소개한다"고 전했다.
일부 누리꾼은 음식점 등을 대신해 선한 영향력 가게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도 한다.
배달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주문한 뒤 주문 요청 사항에 '음식을 배달하지 말고 불우이웃을 도와달라'와 같은 문구를 넣어 결식우려 아동에게 무료 음식을 대신 제공하는 식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다른 지역에 있어서 음식을 찾으러 갈 수 없으니 나 대신 결식아동이 왔을 때 (음식을) 따뜻하게 내어달라'는 요청을 남긴 주문 내역을 인증하기도 했다.
최근 마포구에서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공짜 치킨을 제공해 유명해진 A식당 배달 앱 리뷰에는 '멀리 살아서 먹지는 못하지만 주문을 통해 응원한다', '선행에 동참하고 싶어 주문했다' 등 글이 많았다.
◇ 떠오르는 '바이콧'…"근본적 복지 개선도 필요"
소비자들이 선한 영향력 가게 등을 대상으로 돈쭐내기한 뒤 인증하는 것은 가치 소비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고 자영업자들의 선행을 확산시키려는 노력으로 분석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최근에는 단순히 상품 자체만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감하는 가치를 구입하는 '가치 소비'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치 소비를 하고, 이를 SNS에 공개적으로 게시함으로써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이른바 돈쭐내기는 (비도덕적 기업 제품을) 불매하는 '보이콧'(boycott)과 반대로 자신이 지지하는 기업이나 가게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바이콧'(buycott) 행동"이라며 "소비를 통해 해당 가게를 칭찬하고 다른 사람의 동참도 촉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돈쭐내기 활동은 가게 운영을 마비시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A식당은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해 지난달 26일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가게가)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소비는 상품 질을 하락시키거나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게와 소비자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한 영향력 가게 등 결식아동에 대한 자발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는 만큼 복지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아동급식카드를 통한 지원 금액이 물가에 맞지 않아 편의점 위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물가를 반영해 금액 재책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복지를 언제까지나 선한 영향력 가게를 비롯한 민간의 선의에 맡길 수는 없다"며 "국가 차원에서 이런 가게를 발굴하고 협업하는 사업을 통해 아동 복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문의나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잘못을 저질러 혼쭐을 내야 하는 가게가 아니라 좋은 일을 해 보상(돈쭐·돈과 혼쭐 합성어)을 받을만한 가게란 의미다.
돈쭐 내줄 가게 목록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유하면서 '좋은 일을 한 가게에 가서 돈을 많이 쓰자'고 권유하는 활동이 최근 누리꾼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좋은 일을 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는 돈쭐내기를 통해 선행하는 가게가 늘어나도록 독려하려는 취지다.
돈쭐 내줄 가게 목록에는 '선한 영향력 가게' 프로젝트에 참여한 식당, 카페, 안경점, 사진관, 학원 등이 많이 들어 있다.
선한 영향력 가게 프로젝트는 결식아동에게 발급되는 '아동급식카드'를 소지한 아이들에게 무료로 음식이나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홍익대 부근 한 파스타 가게가 2019년 시작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기도 한 사진관은 아동급식카드 소지 아이들에게 무료로 증명사진을 촬영해줬으며, 충남 한 학원은 수업료를 전액 지원했다.
참여 가게가 꾸준히 늘어나 지난 10일 현재 840곳에 달하고 있다.
◇ "음식 먹은 걸로 하고 돈 냈어요"…'돈쭐내기 인증' 릴레이
누리꾼들은 돈쭐 내줄 가게로 지목된 곳을 찾아 음식이나 상품을 구매한 뒤 인증 사진을 SNS에 올려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한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선한 영향력 가게'를 검색하면 이들 가게를 방문한 후기를 여러 건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 최모(23)씨는 선한 영향력 가게 프로젝트에 참가한 관악구 한 카페에서 음료를 구매한 뒤 "원래 자주 찾던 카페인데 알고 보니 선한 영향력 가게여서 더 기분 좋게 이용하고 있다.
SNS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리고 친구들에게도 소개한다"고 전했다.
일부 누리꾼은 음식점 등을 대신해 선한 영향력 가게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도 한다.
배달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주문한 뒤 주문 요청 사항에 '음식을 배달하지 말고 불우이웃을 도와달라'와 같은 문구를 넣어 결식우려 아동에게 무료 음식을 대신 제공하는 식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다른 지역에 있어서 음식을 찾으러 갈 수 없으니 나 대신 결식아동이 왔을 때 (음식을) 따뜻하게 내어달라'는 요청을 남긴 주문 내역을 인증하기도 했다.
최근 마포구에서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공짜 치킨을 제공해 유명해진 A식당 배달 앱 리뷰에는 '멀리 살아서 먹지는 못하지만 주문을 통해 응원한다', '선행에 동참하고 싶어 주문했다' 등 글이 많았다.
◇ 떠오르는 '바이콧'…"근본적 복지 개선도 필요"
소비자들이 선한 영향력 가게 등을 대상으로 돈쭐내기한 뒤 인증하는 것은 가치 소비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고 자영업자들의 선행을 확산시키려는 노력으로 분석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최근에는 단순히 상품 자체만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감하는 가치를 구입하는 '가치 소비'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치 소비를 하고, 이를 SNS에 공개적으로 게시함으로써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이른바 돈쭐내기는 (비도덕적 기업 제품을) 불매하는 '보이콧'(boycott)과 반대로 자신이 지지하는 기업이나 가게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바이콧'(buycott) 행동"이라며 "소비를 통해 해당 가게를 칭찬하고 다른 사람의 동참도 촉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돈쭐내기 활동은 가게 운영을 마비시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A식당은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해 지난달 26일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가게가)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소비는 상품 질을 하락시키거나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게와 소비자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한 영향력 가게 등 결식아동에 대한 자발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는 만큼 복지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아동급식카드를 통한 지원 금액이 물가에 맞지 않아 편의점 위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물가를 반영해 금액 재책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복지를 언제까지나 선한 영향력 가게를 비롯한 민간의 선의에 맡길 수는 없다"며 "국가 차원에서 이런 가게를 발굴하고 협업하는 사업을 통해 아동 복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문의나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