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미얀마 학생·활동가, 한남동 미얀마대사관∼종로 UN 인권사무소 행진
"하루속히 악을 멈춰달라" 5시간 거리 호소…UN 인권사무소에 성명 전달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우리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수사하는, 인정머리 없는 쿠데타 군부에 저항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
미얀마에서 경희대로 유학을 온 헤이만(31) 씨는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자국에서 일어난 군부 쿠데타를 맹비난했다.

그는 이날 미얀마대사관 앞부터 종로구 서린동 유엔(UN) 인권사무소(OHCHR)까지 6㎞가량 이어지는 오체투지(五體投地)에 참여하며 강한 결의를 보였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로 비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을 무력 진압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불법 체포와 수사, 고문이 이어지고 있다.

군부 쿠데타 이후 최소 70명이 살해됐고 이중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사망자 수는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헤이만 씨는 "기도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이 자리에 모였고, 우리나라를 응원해달라, 지지해달라, 많이 많이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름을 묻는 기자 앞에서 다시 말문을 열었다 눈물을 왈칵 쏟기도 했다.
헤이만 씨는 미얀마어로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오체투지 기도를 합니다'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서 오체투지 대열의 맨 앞에서 섰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땅바닥에 닿도록 큰절을 올린 뒤 다섯 걸음을 걷고서 다시 큰절을 올렸다.

이날 거리 오체투지에는 헤이만 씨를 포함해 총 8명이 참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 4명과 헤이만 등 국내에 거주하는 미얀마 학생과 활동가 4명이었다.

두 줄로 나눠서 함께 걷고 함께 절을 올렸다.

오체투지는 이날 12시 20분께 시작해 5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장충단 공원 인근 오르막길을 오체투지로 오르고, 청계천을 끼고서는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을 알리며 관심을 촉구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스님 등 오체투지에 나선 스님 4명은 유엔 인권사무소 부근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이마 부분이 유독 검게 변해 있었다.

절을 할 때마다 아스팔트 바닥에 이마를 댄 탓이다.

오체투지 행렬에 함께 한 혜문스님은 거리 행진을 마치고서 "미얀마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어려운 오체투지 고행에 함께한 동지들 수고가 많았다"며 "이 염원이 미얀마에서 투쟁하는 미얀마 국민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혜문스님은 "절대로 국민 위 독재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며 "끝까지 연대해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성취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학생 등의 오체투지를 도운 재한미얀마청년연대 리더 웨 노에 흐닌 쇼(한국명 강선우) 씨는 "조계종 스님들과 한국 시민단체, 또 미얀마 분들에게 정말 정말 감사드린다"며 "오늘 오체투지는 라이브(실시간)로 미얀마 (현지) 분들에게 전달됐다"고 알렸다.

지몽스님과 웨 노에 흐닌 쏘 씨는 유엔 인권사무소가 있는 건물 1층에서 사무소 직원을 만나 서한을 전달했다.

폭력과 살생을 자행하는 미얀마 군부 규탄 및 UN의 실효성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제목의 성명서다.

지몽스님은 인권사무소 직원에게 "유엔이 미얀마 문제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인권사무소 직원은 "(위에) 보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