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 풍향계] 2020년 벤처투자 총결산, 후속·대형 투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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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태호 가이아벤처파트너스 책임심사역
‘후속 투자’, ‘대형 투자’, ‘투자 재원의 다양화’. 지난해 벤처투자 시장의 세 가지 트렌드다.
이 트렌드들이 벤처투자의 ‘스케일업’을 견인해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이를 이어받아 다양한 투자 신기록이 쏟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도 피해간 2020년 벤처투자 시장
코로나19 여파는 우려에 불과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벤처투자 실적 성과’에 따르면 벤처캐피털(VC)의 투자액은 전년 대비 0.6% 늘어난 4조3045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투자 실적은 감소세였다. 하지만 상반기 VC가 소진하지 않았던 투자금액(드라이 파우더)은 하반기 대형 투자로 몰렸고 시장 추세를 반전시켰다.
중소벤처기업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0억 원 이상 대형 투자 기업은 총 75개 사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760억 원), 산타토익을 운영하는 에듀테크 기업 뤼이드(500억 원)가 신호탄을 터뜨렸다.
이 같은 추세는 연말에도 지속됐다. 같은 해 12월 클라우드 관리 기업인 메가존클라우드가 무려 1400억 원의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중항체 신약 개발업체인 에이프릴바이오(180억 원), 파킨슨병 치료제 기업인 아스트로젠(130억 원) 등 바이오 기업들도 대형 투자에 성공하면서 연말 투자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팔로온’ 전략으로 스케일업 지원
투자전략 면에서는 후속 투자의 비중이 늘었다. 지난해 신규 발굴 최초 투자와 후속 투자 금액은 각각 1조4460억 원, 2조8585억 원으로 나타났다. 후속 투자가 전체의 66.4%를 차지한다. 특히 바이오·의료,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분야에서 후속 투자 비중이 7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후속 투자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팔로온(follow-on)’ 전략이다. VC들이 한 번 투자한 기업이 성과를 보일 경우 ‘스케일업’을 위해 후속 투자에도 연이어 참여하는 전략을 말한다. 후속 투자 시 기존 VC는 ‘리드 투자자’의 역할을 맡아 더 많은 투자사를 모은다. 자연스럽게 해당 라운드의 투자 규모는 커지게 된다. 지난해 시리즈B 라운드 투자를 마친 의료기기 업체 휴이노(200억 원), 엑소솜 기반 치료제 개발업체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240억 원)에도 시리즈A에 투자한 VC들이 시리즈B에도 참여하면서 해당 라운드를 이끌었다.
벤처투자의 재원이 다양해진 점도 지난해 벤처투자 시장을 이끈 요인이다. 지난해 신규 결성된 벤처펀드의 출자자 현황을 보면 정책금융이 약 2조2465억 원, 금융기관 등 민간이 약 4조3211억 원을 출자했다. 민간 출자는 전년 대비 약 52% 증가했다. 특히 금융기관, 법인, 연금공제회 등의 출자가 3분기부터 늘어나면서 전체 민간 출자액 증가로 이어졌다.
투자와 펀드 결성 연초부터 ‘훈풍’
훈풍은 연초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우선 대형 투자 유치 소식이 활발하다. 황반변성 치료제 업체인 알토스바이오로직스가 1월 605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전력수요 관리 서비스 업체인 그리드위즈(500억 원), 배달대행 서비스 바로고(250억 원) 등도 연초 대형 투자 유치의 주인공들이다.
투자만큼이나 펀드 결성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정시 출자사업을 진행했고, 한국성장금융도 빠르게 출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펀드의 투자영역도 비대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재기 지원 등 코로나19와 현 트렌드에 맞게 세분화되고 다양해졌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의 투자도 올해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해부터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CVC 설립이 매우 활발하다. 신세계그룹은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설립했고, 국내외 벤처기업에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지주들도 VC를 인수하거나 자체적으로 설립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는 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로 그룹 지주사 내 CVC 설립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기업들의 벤처투자는 시장에 민간자금 유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여건은 어느 때보다 좋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스케일업’의 기회를 가지길 기대해본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
이 트렌드들이 벤처투자의 ‘스케일업’을 견인해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이를 이어받아 다양한 투자 신기록이 쏟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도 피해간 2020년 벤처투자 시장
코로나19 여파는 우려에 불과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벤처투자 실적 성과’에 따르면 벤처캐피털(VC)의 투자액은 전년 대비 0.6% 늘어난 4조3045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투자 실적은 감소세였다. 하지만 상반기 VC가 소진하지 않았던 투자금액(드라이 파우더)은 하반기 대형 투자로 몰렸고 시장 추세를 반전시켰다.
중소벤처기업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0억 원 이상 대형 투자 기업은 총 75개 사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760억 원), 산타토익을 운영하는 에듀테크 기업 뤼이드(500억 원)가 신호탄을 터뜨렸다.
이 같은 추세는 연말에도 지속됐다. 같은 해 12월 클라우드 관리 기업인 메가존클라우드가 무려 1400억 원의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중항체 신약 개발업체인 에이프릴바이오(180억 원), 파킨슨병 치료제 기업인 아스트로젠(130억 원) 등 바이오 기업들도 대형 투자에 성공하면서 연말 투자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팔로온’ 전략으로 스케일업 지원
투자전략 면에서는 후속 투자의 비중이 늘었다. 지난해 신규 발굴 최초 투자와 후속 투자 금액은 각각 1조4460억 원, 2조8585억 원으로 나타났다. 후속 투자가 전체의 66.4%를 차지한다. 특히 바이오·의료,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분야에서 후속 투자 비중이 7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후속 투자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팔로온(follow-on)’ 전략이다. VC들이 한 번 투자한 기업이 성과를 보일 경우 ‘스케일업’을 위해 후속 투자에도 연이어 참여하는 전략을 말한다. 후속 투자 시 기존 VC는 ‘리드 투자자’의 역할을 맡아 더 많은 투자사를 모은다. 자연스럽게 해당 라운드의 투자 규모는 커지게 된다. 지난해 시리즈B 라운드 투자를 마친 의료기기 업체 휴이노(200억 원), 엑소솜 기반 치료제 개발업체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240억 원)에도 시리즈A에 투자한 VC들이 시리즈B에도 참여하면서 해당 라운드를 이끌었다.
벤처투자의 재원이 다양해진 점도 지난해 벤처투자 시장을 이끈 요인이다. 지난해 신규 결성된 벤처펀드의 출자자 현황을 보면 정책금융이 약 2조2465억 원, 금융기관 등 민간이 약 4조3211억 원을 출자했다. 민간 출자는 전년 대비 약 52% 증가했다. 특히 금융기관, 법인, 연금공제회 등의 출자가 3분기부터 늘어나면서 전체 민간 출자액 증가로 이어졌다.
투자와 펀드 결성 연초부터 ‘훈풍’
훈풍은 연초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우선 대형 투자 유치 소식이 활발하다. 황반변성 치료제 업체인 알토스바이오로직스가 1월 605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전력수요 관리 서비스 업체인 그리드위즈(500억 원), 배달대행 서비스 바로고(250억 원) 등도 연초 대형 투자 유치의 주인공들이다.
투자만큼이나 펀드 결성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정시 출자사업을 진행했고, 한국성장금융도 빠르게 출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펀드의 투자영역도 비대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재기 지원 등 코로나19와 현 트렌드에 맞게 세분화되고 다양해졌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의 투자도 올해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해부터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CVC 설립이 매우 활발하다. 신세계그룹은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설립했고, 국내외 벤처기업에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지주들도 VC를 인수하거나 자체적으로 설립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는 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로 그룹 지주사 내 CVC 설립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기업들의 벤처투자는 시장에 민간자금 유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여건은 어느 때보다 좋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스케일업’의 기회를 가지길 기대해본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