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포항-울산 시즌 첫 '동해안 더비' 앞두고 출사표
적장으로 만난 '입단 동기' 홍명보-김기동 "추억은 접어두고"
"입단 동기입니다.

"
홍명보(52) 울산 현대 감독과 김기동(50)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30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올 시즌 첫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11일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다.

포항과 울산은 13일 오후 4시 30분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릴 하나원큐 K리그1 2021 4라운드 경기에서 올 시즌 첫 맞대결을 벌인다.

'동해안 더비'로 불리는 두 팀의 대결은 K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벌전이다.

올 시즌 울산 지휘봉을 잡고 K리그 사령탑으로는 첫걸음을 뗀 홍 감독은 포항과 인연이 남다르다.

홍 감독은 1992년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해 1997년까지 6년을 뛴 뒤 일본 무대로 옮겨 활약을 이어갔고, 2002년에 다시 포항에서 뛰었다.

K리그에서는 포항에서만 7시즌을 보내고 156경기에서 14골 8도움을 기록했다.

김 감독 역시 포항 출신의 지도자다.

김 감독은 포항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나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1993년 유공(부천 SK)으로 이적해 K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2003년 포항으로 돌아와 2011년까지 뛰고 포항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2019년부터 포항 지휘봉을 잡은 그는 지난해에는 정규리그 3위 팀 사령탑으로 사상 처음으로 감독상을 받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적장으로 만난 '입단 동기' 홍명보-김기동 "추억은 접어두고"
홍 감독과 김 감독은 1991년 포항 입단 동기다.

나이 차는 있지만 홍 감독이 대학을 다녔고, 김 감독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포항에 입단해 동기가 됐다.

홍 감독은 "방도 잠깐 같이 쓴 것 같기도 하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키고 작고, 말투도 사투리 많이 쓰더라. 체구에 비해 축구를 기술적으로 아주 잘했다"고 김 감독과 첫 만남을 떠올리면서 "그 당시에 포항의 선수층이 아주 좋아 어쩔 수 없이 경기에 못 나갔는데 얼마 안 돼 유공으로 이적하면서 핵심적인 선수가 됐고, 다시 포항으로 돌아와 팀의 중요한 선수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라도 선수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라도 꼭 성공할 거라 믿었다"면서 "결국 (김 감독이) 훌륭하게 잘 성장한 것에 기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 감독도 "한 방을 같이 쓴 적이 있다"고 확인하고는 "나는 당시 고졸 연습생이었다.

반면 홍 감독은 국가대표로도 뛰었다.

너무 어려워서 말 한마디 걸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웃어보였다.

적장으로 만나지만 서로에 대한 덕담은 그치지 않았다.

적장으로 만난 '입단 동기' 홍명보-김기동 "추억은 접어두고"
홍 감독은 포항의 장점을 묻자 "김기동 감독이 팀을 이끈다는 게 첫 번째 장점"이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그는 "포항은 한 선수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선수의 유기적 플레이가 강점이다.

김 감독이 팀을 오랫동안 이끌어 어떤 선수 하나가 빠져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의 조직력을 갖췄다"고 김 감독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도 울산의 장점과 관련해 홍 감독 칭찬부터 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때부터 울산 경기를 보면서 홍 감독이 짧은 시간에 원팀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공수 전환이 상당히 빠르고 패스도 매우 세밀해졌다"고 경계심을 내비쳤다.

물론 인연 때문에 승리까지 양보하려는 것은 아니다.

홍 감독은 "포항은 내가 유일하게 K리그에서 선수 생활했던 곳이고, 20대 후반의 땀과 열정이 묻어있는 곳이다.

포항에서 많은 팬에게 사랑받은 기억도 있다"면서도 "울산 감독으로서 경기하러 포항에 가는데 좋은 추억은 잠시 접어 두고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출사표를 냈다.

또한 오랜만에 포항스틸야드를 방문하고,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원정팀 라커룸에 들어가야 하는 데 대한 낯섦을 이야기하면서도 "감독 입장에서 가장 좋은 선물은 승리"라며 울산 사령탑으로서 울산 팬들과 승전가를 부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감독 역시 "(개막 2연승 후) 지난 라운드에서 패하면서 주춤한 상태인데 팬들이 '울산만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주시는 걸 잘 안다"면서 "다른 경기보다 준비를 더 잘해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