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곳 조합 인가·40여곳 추진위 구성…시 "행정지원 방안 검토"

"배관이 낡아 녹슨 물이 나오고, 스프링클러도 없어 불이라도 나면 큰일입니다.

이제는 관리비만으로는 낡은 시설을 보수하는 데 한계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수지보원아파트에서 9일 만난 아파트 주민이자 리모델링 주택조합장인 박성근씨는 리모델링 추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94년 12월 준공해 첫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올해로 지은 지 27년째가 됐다.

그러다 보니 619세대 주민들은 낡은 배관, 부족한 주차공간, 미흡한 소방시설 등 오래된 아파트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에 시달려왔다.

2019년 9월 아파트 소유 주민 일부가 리모델링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주민들이 뜻을 모아 일사천리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6개월만인 지난해 2월 조합 인가를 받고, 그해 6월에는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조합은 2023년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세웠다.

수지보원아파트 처럼 1990년대 초중반에 지은 수지지역 아파트들이 너도나도 리모델링에 나서고 있다.

2019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풍덕천동, 상현동, 죽전동에 있는 총 8개 아파트단지가 리모델링을 위한 조합 인가를 받았고, 2개 단지는 지난달 인가신청을 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를 유지하면서 평면을 앞뒤로 늘려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지하 주차장을 새로 만들거나 더 넓힐 수도 있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고, 구조체(골조) 안전진단에서 유지·보수 등급(A∼C) 중 B 이상이면 층수를 높이는 수직 증축이, C 이상이면 수평 증축을 할 수 있다.

재건축보다 인허가 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사업 추진이 비교적 쉬우며 임대주택 공급 의무가 없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수지지역의 10개 아파트 단지가 기존 세대수의 15% 이내로 증축하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어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기존보다 총 1천863세대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지지역에는 아파트 214개 단지에 10만8천893세대가 거주 중이다.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아파트 외에도 수지지역 40여 개 단지가 리모델링 추진위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단지는 '용인시 리모델링연대'를 구성해 협력하고 있다.

용인시 리모델링연대는 지난해 10월 백군기 용인시장을 만나 용적률 완화 등 규제 완화와 행정지원을 요청했다.

용인시는 리모델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여러 가지 행정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시 관계자는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을 위해서는 용적률을 높이는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 변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침변경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