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광년 밖 적색왜성 도는 '글리제 486 b' 안성맞춤 모델
생명체 살 수 없지만 분광 분석에 적합…"수십년간 꿈꿔오던 행성"
'용암의 강' 흐르는 슈퍼지구로 암석형 행성 대기 분석 길 연다
지구에서 약 26광년 떨어진, 천문 단위로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적색 왜성을 도는 '슈퍼지구'가 새로 발견돼 우주 생명체 탐사의 기본 조건인 외계행성의 대기를 연구할 수 있는 안성맞춤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태양계 밖 외계행성은 지금까지 4천개가 넘게 확인됐지만, 지구와 비슷한 암석형 행성의 대기를 분석해 생명체 서식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스페인 '카나리아제도 천체물리학 연구소'(IAC)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SW) 등에 따르면 독일 '막스 플랑크 천문학연구소'의 트리폰 트리포노프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8.1 파섹(1파섹=3.26광년) 떨어진 처녀자리에서 관측된 '글리제(Gliese) 486 b'가 암석형 행성의 대기에 관한 가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해 줄 것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칼라르 알토 천문대의 3.5m 망원경에 장착된 분광기를 이용해 적색왜성 주변의 지구형 행성을 찾는 '카르메네스(CARMENES)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으며, 외계행성을 찾아내는 두 가지 주요 방식을 모두 활용해 글리제 486 b의 존재를 확인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의 변화를 포착하는 천체면 통과 방식과 행성의 중력 영향으로 별빛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잡아내는 시선속도법을 동원해 이 행성이 적색왜성인 글리제 486을 1.467일 주기로 공전하며, 반경은 지구의 1.3배이지만 질량은 2.81배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지구보다는 크지만, 해왕성이나 천왕성보다는 작은 암석형 행성인 슈퍼지구로, 금성이나 지구와 비슷한 밀도를 갖고 있고 금속으로 된 핵을 가진 것으로 분석했다.

적색왜성 온도가 태양보다 훨씬 낮다고 해도 약 250만㎞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행성의 기온은 섭씨 430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성(470도)처럼 납도 녹일 수 있는 고온으로, 곳곳에 용암의 강이 흐를 수 있지만, 행성 전체를 용암으로 덮을 만큼 초고온은 아니어서 원래 대기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용암의 강' 흐르는 슈퍼지구로 암석형 행성 대기 분석 길 연다
글리제 486 b의 기온은 별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 빛이 산란하는 것을 분석하는 투과 분광법이나 행성이 별 뒤로 돌아갈 때 표면에 닿는 별빛을 분석하는 방출 분광법에 모두 적합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글리제 486 b의 행성 환경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암석형 행성의 대기 연구에 적합해 비슷한 행성의 생명체 서식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스페인 '우주생물학센터'(CAB)의 호세 안토니오 카바예로 박사는 "글리제 486 b를 발견한 것은 뜻밖의 행운"이라면서 행성의 온도가 100도만 더 높거나 낮았어도 대기 관측에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글리제 486 b는 천체면 통과가 관측된 외계행성 중에서는 세 번째로 가깝고, 적색왜성의 천체면 통과 행성으로는 가장 가깝다.

적색왜성은 항성의 70%를 차지하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별로, 태양보다 암석형 행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UNSW 천문학자 벤 몬테트 박사는 "글리제 486 b는 우리가 수십 년간 꿈꿔오던 행성"이라면서 "이 행성은 행성의 대기에 관한 이해를 바꿔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