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이중표적 항암제 ‘JPI-547’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았다.

3일 제일약품에 따르면 FDA는 2일(현지시간) JPI-547에 대해 췌장암 치료제로 희귀의약품 지정을 통보했다. 온코닉은 지난해 12월 FDA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했다.

온코닉은 지난해 5월 제일약품이 설립한 자회사다. 제일약품으로부터 JPI-547과 역류성 식도질환 및 위산관련 질환 치료제 ‘JP-1366’ 등을 이전받아 개발 중이다.

회사는 최근 JPI-547의 국내 임상 1상에서 마지막 환자의 투약까지 마쳤다. 임상 1상은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는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온코닉은 이번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신약 허가 기간 단축, 허가 신청비용 면제, 세금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훈 온코닉테라퓨틱스 대표는 “올 상반기 안에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라며 “임상 2상에서는 췌장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적응증에 대해 보다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JPI-547의 유효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키라제 억제로 기존 PARP 저해제 내성 극복”

JPI-547은 ‘폴리 ADP-리보스 중합효소(PARP)’와 ‘탄키라제(Tankyrase)’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표적 항암제다. 기존 PARP 저해제에 추가적으로 탄키라제 억제 기전을 더한 차세대 약물이란 설명이다.

PARP 단백질은 디옥시리보핵산(DNA)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상을 수선(repair)하는 효소다. PARP 저해제는 PARP의 수선 기능을 억제한다. 손상된 암세포의 DNA가 정상적으로 수선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탄키라제는 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물질인 ‘WNT’를 통제한다. 체내에 WNT 신호전달 과정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베타카테닌(β-catenin)’이라는 단백질이 쌓인다. 이 단백질은 암을 일으키는 단백질 또는 유전자를 촉진한다. 정상 상태에서는 베타카테닌의 분해를 돕는 ‘액신(AXIN)’이라는 물질이 암 발현을 막는다. 하지만 체내에서 탄키라제 효소가 많이 분비되면 액신은 줄어든다. 이로 인해 베타카테닌을 분해하기 어렵게 된다.

JPI-547은 탄키라제의 활성을 억제해 암 세포 증식을 일으키는 신호 전달 과정을 차단한다. 이를 통해 암 세포가 사멸하도록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온코닉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 GSK의 제줄라(니라파립) 등이 PARP만 저해하는 1세대 약물이라면, JPI-547은 PARP 저해 기전에 추가적으로 탄키라제 억제 기전을 더한 2세대 약물”이라며 “PARP와 탄키라제 이중 저해로 기존 PARP 저해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서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