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공항 예정지 선상 시찰하는 문재인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가덕도 공항 예정지 선상 시찰하는 문재인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31개 관련 법률을 무력화시키고 민의도 무시한 채 정권이 밀어붙이는 가덕도 신공항 프로젝트는 사상 최대의 유권자 매수 사례로 꼽아도 손색없다. 가덕도 신공항에 투입되는 사업비를 유권자 수로 나눠보면 1인당 1000만원 선이고, 예상 투표자 기준으로는 1인당 1800만원에 달한다.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라는 말이 있었지만 까마득한 시절의 얘기다. 선거라고 해서 고무신 막걸리 받아본 적 있는 유권자는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층에는 없을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여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제대로 된 동남권 관문 공항 기능을 하려면 28조6000억원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안전성, 시공성, 운영성, 경제성 등 7가지 항목으로 나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부산시 가덕도 신공항 타당성 검토' 보고서의 결론이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된 15쪽 가량의 이 보고서는 국제선 활주로 1개만 개항하고, 국내선은 김해공항을 유지토록 한 부산시의 발표를 비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선만 이전할 경우, 항공기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환승객 이동 동선 등이 증가해 정상운영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제선만 도심 외곽으로 이전했던 도쿄, 몬트리올 등의 공항은 운영 실패로 결국 통합 운영으로 전환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그러면서 국제선과 국내선을 합친 '활주로 2개'안으로 건설하면 사업비가 15.8조원, 국제선과 국내선에 더해 군 시설을 포함한 공항으로 개발할 경우는 28.6조원이라고 추산했다.

이를 부산 유권자 295만8290명(2020년 4.15 총선 기준)으로 나눠 보면 한사람당 967만원으로 1000만원에 육박한다. 2000년대 이후 지방선거 평균투표율이 57%인 점을 감안하면 예상 투표자는 169만명이고, 이 기준으로는 1인당 1700만원이다.

여권은 가덕도 신공항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이라는 점을 너무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적법 절차를 뒤로하고 특별법 입법을 주도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부산을 방문해 '가덕신공항이 잘 되려면 민주당 시장을 뽑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부산의 역사는 가덕 신공항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고 "민주당 사람이 부산시장이 될 때 역사적 전환이 가장 성공적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함께 신공항 예정부지를 돌아보고 가덕신공항 띄우기 선상쇼를 벌인 지 불과 닷새만에 또 가덕도를 찾아 내놓은 발언들은 '선거용'이라는 자인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이 대표의 노골적인 발언도 문 대통령에 비하면 약과다. 가덕도 신공한 특볍법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법무부 등 가덕도 특별법 관련 정부부처들은 경제성 안정성 형평성을 지적하며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특히 국토부는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냈다. 하지만 대통령은 "가슴이 뛴다"며 "국토부는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질책했다. 국정최고책임자가 공무원들에게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경제성 안정성 형평성도 개의치 말라고 대놓고 강요한 모양새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등의 부정한 기부행위'를 엄격히 처벌한다. 온갖 유형의 금품수수행위가 행해지고 그로 인해 혼탁한 선거풍토가 판쳤던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 기부행위로 인정되는 예외조항이 있기는 하다. 통상적인 정당활동과 관련된 행위, 의례적 행위, 구호적·자선적 행위,직무상의 행위 등이다. 여당의원 입에서조차 "동네 하천정비도 이렇게는 안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대통령과 이 대표의 언행은 예외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 최악의 오점을 기록될 사안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부가 이렇게 법과 국민을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국민은 왜 이런 상상초월의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자괴감이 고공비행한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