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단어 16번 등장, '북한'은 2번 그쳐 "더 굳건한 협력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 질서를 함께 만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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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제102주년 3·1절 기념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했다.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한일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인식을 노출한 대목이지만, 강제징용 등 난제를 타개할 '새 제안'은 없었다는 점에서 험로가 여전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 역대 가장 뚜렷한 '화해 손짓'…美 한미일 협력 강화 기류도 영향
이날 기념사는 한일 양국의 과거사와 미래 협력에 대해서는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기존 '투트랙' 기조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미래 협력에 크게 힘을 실으면서 역대 연설 가운데 가장 나아간 '화해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과거 3·1절 기념사와의 비교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2018년에는 "전쟁 시기 반인륜적 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고, 2019년에는 "친일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에는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언급하긴 했으나 대일 메시지의 분량 자체가 매우 적었다.
올해 문 대통령은 대일 메시지의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은 물론,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며 협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일본과의 관계를 '분업구조'로 표현하며 "일본의 성장은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 대목이나 "독립선언문의 목적은 일본을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런 변화를 두고 문 대통령이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위해 한미 공조가 절실한 시점에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3각 협력' 강화 기조를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이웃나라와의 연대·협력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한일관계 정상화는 절박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새 제안은 없어…강제징용·위안부 난제 험로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등 코로나 극복 협력, 도쿄올림픽 성공 협력 등을 짚었다.
기존에 거론됐던 만큼 '새로운 카드'는 꺼내 들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한일관계 경색을 불러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도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과거사 문제에 한일 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경색 국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일각의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 출범 이후 꾸준히 관계 개선 메시지를 던졌지만, 일본의 반응은 냉담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이날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강제징용 문제 등에 대해 새로운 복안을 제시하면서 물밑 협상에 한층 속도를 내리라는 추측도 나온다. ◇ 북한 메시지 줄어…'방역협력체' 카드 통할까
이번 3·1절 기념사에서 남북관계 관련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줄었다.
코로나 위기 극복, 한일관계 등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기념사에 '코로나'라는 단어는 16번, '협력'이라는 단어는 19번, '일본'이라는 단어는 7번 각각 언급됐지만, '북한'이라는 단어는 2번 등장하는 데 그쳤다.
북한의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참여를 거듭 당부하고,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북일·북미 대화 가능성을 거론한 수준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할 '포괄적 대북전략'을 성안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현실적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모멘텀을 찾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성공을 위한 마지막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서두르진 말라"고 당부한 점과도 맥이 닿아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