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를 정밀히 묘사해 '성적대상화' 논란이 일었던 성기구 '리얼돌'이 다소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풍속을 해치는 물건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재차 나왔다. A사는 리얼돌 통관보류 취소소송에서 6번째 승소를 이어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훈)는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한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18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 "성적혐오감, 기존 형사법으로 처벌가능"

A사는 2019년 10월 김포공항세관장에게 리얼돌 수입신고를 했다. 세관장은 리얼돌이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입통관을 보류했다. 이에 A사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재차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관세법 제234조 제1호의 '풍속을 해친다'는 것은 '음란'을 뜻하고 음란이란 단순히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인 모습이 신체와 유사하다거나 성기 등의 표현이 다소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성기구의 본질적인 특징이나 성질이 달라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왜곡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할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신체와 유사한 성기구는 단순한 성적 만족 쾌락 뿐 아니라 육체적·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 통상적으로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물품의 용도나 목적을 고려해 음란성 여부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서는 리얼돌이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성매매 업소에서 활용되는 등 성상품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얼돌을 포함해 성기구 전반에 대한 마땅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세관 측은 재판에서 "일반 성기구와 달리 신체 형상을 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되는 경우 공중에 성적혐오감을 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중에 성적혐오감을 줄 경우 공연음란죄 등 관련 형사법에 따라 처벌하면된다"며 "이러한 우려로 신체 형상의 성기구 자체의 수입통관을 보류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

대법원은 2019년에 이미 리얼돌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관세청은 소송을 걸어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업체의 리얼돌에 대해서만 통관을 허용하고 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