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염좌 진단서' 포스코 최정우에 "건강 안 좋으면 관둬라"
'첫 산재 청문회' 불려나온 CEO…"사죄·죄송" 연신 고개
국회가 22일 포스코·GS건설 등 기업 대표들을 불러다 놓고 사상 첫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환경노동위원회의 청문회에는 건설·택배·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2년간 산재가 자주 발생한 9개 기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정감사를 제외하고 대기업 대표가 국회 증인으로 출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수 성향 야당인 국민의힘이 산재 청문회 개최를 주도한 상황도 이례적이다.

바짝 긴장한 채 청문회장에 나온 기업 대표들은 재차 고개를 숙이며 산재 사고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첫 산재 청문회' 불려나온 CEO…"사죄·죄송" 연신 고개
여야 의원들의 공격은 허리인 요추부 염좌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던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겸 회장에게 집중됐다.

첫 질의자로 나선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회장님, 허리는 좀 괜찮으십니까?"라고 물은 뒤 "염좌상은 주로 보험사기꾼이 제출하는 것이다.

염좌상 진단서를 내라고 한 사람은 증인의 친구라기보다는 적"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간사로 청문회 개최를 주도한 임의자 의원은 "손톱 밑에 가시만 들어가도 아프다고 아우성치는데, 사망한 노동자들 보면 목이 메어서 말이 안 나온다"며 "이들에게 정중히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최 회장은 "제 생각이 짧았다.

죄송하다"고 답했지만. 임 의원은 "그것이 회장님 인성"이라고 곧바로 받아쳤다.

청문회 진행을 맡은 환노위원장인 송옥주 의원조차도 최 회장을 겨냥, "산업안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는데 여기에 하청 근로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청 근로자의 사망·산재 사고가 상당히 잦은데, 이들을 어떻게 대변할지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질책성 질의가 쏟아지자 최 회장은 "안전한 현장을 만들겠다"며 재차 고개 숙여 사과했다.

최 회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최 회장에게 "유가족을 만난 적도, 조문을 간 적도 없다.

대국민 사과는 대국민 생쇼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호통을 친 뒤 "그렇게 하고 청문회는 안 나오려고 2주 진단서를 쓰냐. 건강이 안 좋으면 (회장직을) 그만둬야 하지 않느냐"라고 몰아세웠다.

같은당 임종성 의원은 이를 구체화해 "자진해서 사퇴할 의사가 있냐"고 직접 물었다.

최 회장이 "의원님이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인 줄 알겠다"고 답했지만, 임 의원은 "질책이 아니라 자진 사퇴하라는 것이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압박했다.
'첫 산재 청문회' 불려나온 CEO…"사죄·죄송" 연신 고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를 향한 질책도 꼬리를 물었다.

무소속 박덕흠 의원의 산재 질의에 한 대표가 노동자 탓을 하는 듯한 답변을 내놓으면서다.

이에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 때문에 산재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이런 청문회를 왜 하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수진 의원도 "작업자들이 지침을 지키지 않는다는 식의 말씀을 하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피해 가지 못하실 것 같다"고 경고했다.

성토가 이어지자 한 대표는 "말솜씨가 없어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불안전한 작업이 안 일어날 수 있도록 작업 표준을 바꾸고, 비정형화돼 있는 작업을 정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첫 산재 청문회' 불려나온 CEO…"사죄·죄송" 연신 고개
외국인인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를 향한 질의도 나왔다.

경북 칠곡 물류센터 근무 후 숨진 고(故) 장덕준 씨와 관련해서다.

네이든 대표는 동시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저 역시 고인과 나이가 같은 딸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인의 부모님께서 얼마나 깊은 상처를 느끼셨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근무 중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조차 보고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직원 추적이 아닌, 안전상의 이유로 직원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해명한 뒤 "이 조치에 대해서 다시 제고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종성 의원은 "한국 기업의 대표는 한국어도 하셔야 한다"고 지나가는 말로 꼬집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