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녹색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막연한 기대 덕분에 실질 가치에 비해 과대 포장됐다는 지적이다.

금융정보회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의 자산은 3500억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의 1650억달러 대비 두 배 넘게 불어난 규모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기업과 정부, 가계가 재생에너지 및 전기자동차에 지출한 돈은 5000억달러 이상으로 조사됐다.

블룸버그통신은 30개 대표적인 친환경 종목 주가를 추종하는 S&P 글로벌 클린지수가 작년에만 두 배 가까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1배로, S&P500 상장업체 평균(23배)보다 훨씬 높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자산시장이 지속가능한 투자 쪽으로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지난해 7월 주당 7달러 선에서 거래됐던 미 태양광 업체 선파워의 주가는 지난달 말 역대 최고치인 54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38달러대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6~7개월 전보다 다섯 배 높은 수준이다.

세계 1위 해상풍력 개발업체인 덴마크의 오스테드도 비슷한 사례다. 실적 개선이 미미한데도 지난 3년 동안 주가가 세 배가량 뛰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마크 프레시니 애널리스트는 “7~8년 전 모든 펀드가 애플을 담았던 것처럼 오스테드를 사고 있다”고 했다.

지금과 같은 ESG 투자 열풍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의 파트리크 푸아네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주가는 미친 수준”이라고 했다. 투자자문사 GLJ리서치의 고든 존슨 창업자는 “태양광업계 경쟁이 심해지고 실적이 악화했는데도 주가는 세 배씩 뛰었다”며 “ESG 투자는 100% 거품”이라고 경고했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콜린 러시 애널리스트는 “플러그파워와 같은 수소연료 업체 주식을 사는 것은 다시는 ‘테슬라 열풍’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