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규제 도입을 추진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특정 확률로 해당 아이템을 얻을 수도, 얻지 못할 수도 있는 게임 아이템이다. 복권을 긁듯 게임 도중 받은 아이템을 열면 유용한 무기나 도구 등을 무작위로 얻는 것을 말한다. 게임 마니아 일부는 “수백만원을 썼는데도 형편없는 아이템이 나와 화가 날 때가 많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관련 개정안에는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뽑기’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정안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자율규제 실효성 없다”

한국게임학회는 “자율규제에 의한 아이템 확률 공개 노력은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22일 이 의원의 개정안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게임업계는 투명한 이용 생태계를 조성한다며 2000년대 말부터 자율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뽑기 확률을 공개해왔다.

게임학회는 자율규제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게임학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적극적으로 공개한 게임사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7개사에 불과하다. 총 340개 게임의 확률이 공개됐으나 에픽세븐, 다크에덴 등 6개 게임을 제외하고 나머지가 7개 게임사의 게임이다. 게임학회 관계자는“게임사가 공개하는 확률이 정확한지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게임 이용자도 규제 찬성 움직임에 동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및 모든 게임 내 정보의 공개를 청원한다’는 글이 지난 16일 올라왔다. 현재 1만20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식품을 살 때 얼만큼 유해물질이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있듯, 게임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살 때는 어떤 것을 얻을 수 있고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미리 안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 찬성 측은 이번 규제가 장기적으로 게임산업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용자 신뢰가 높아야 게임 생태계가 발전한다는 얘기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확률 공개 법제화는 이런 사태를 막고, 게임산업의 추가 규제를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업기밀 노출 강제할 순 없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15일 “게임법 개정안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는 게임산업 진흥이라기보다는 규제에 가깝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내 게임 사업자가 과도한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구성은 ‘영업기밀’에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게임협회 관계자는 “아이템 뽑기 확률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결정하는 것은 게임의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라며 “각 게임사가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하는 대표적인 영업비밀”이라고 말했다.

자율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아직 업계가 신뢰를 얻어가는 과도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강제하는 국가도 드물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해당 규제를 전면 실시하는 곳은 국가 주도 계획경제 체제인 중국뿐”이라며 “영국 미국 일본 등은 자율규제가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구민기/성상훈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