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줄고·1인가구 늘어…판매량 보전 궁여지책
'코로나 불황' 도매시장도 회 1인분·사과 1개 판매
"작년 8월부터 '1인분 새벽회' 메뉴를 팔기 시작했죠. 주로 도매만 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반 토막 난 매출을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도입했는데 반응이 꽤 좋네요.

"
지난 19일 찾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A횟집. 메뉴판에는 광어, 우럭, 참돔 등 1만∼3만원대의 '1인 회'가 올라 있었다.

1인분인 200∼250g씩 나눠 포장이나 배달 주문을 받는다.

이곳 직원 노병조(40)씨는 "시장 근처 오피스텔 등에 1인 가구가 많아 입소문이 났다"며 "배달 판매량에서는 1인 메뉴가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회식과 모임 등은 줄어드는 반면 1인 가구가 늘어 소량 식품 수요가 증가하자 대형 도매시장도 편의점이나 슈퍼마켓과 같은 소량 판매가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작년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 세대 중 1인 가구는 906만3천362세대로 전년보다 57만4천741세대(6.77%) 늘어 처음으로 900만세대를 돌파했다.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인 가구가 39.2%로 가장 높았다.

2인 가구까지 합치면 전체 세대의 62.6%에 이른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대형 도매시장에도 '1인 메뉴'를 도입한 점포가 많아졌다.

가락시장 내 B횟집은 지난해 3월 '1인 회 도시락' 메뉴를 신설했는데 하루에 많게는 300접시가 팔렸다고 한다.

이곳에서 20년째 일하는 황준용(48)씨는 "코로나로 늘어난 '혼술', '혼밥' 수요에 대응했다"며 "도매를 해야 이윤을 많이 남길 수는 있지만, 코로나 이후에도 1인 메뉴는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영등포구 영등포청과시장에서는 소매도 겸하는 일부 도매상점이 새벽 장사를 마친 지 한참 후에까지 문을 열고 있었다.

한두 명씩 찾은 손님들이 낱개로 포장된 과일을 집었다.

사과 1개를 2천원씩에 팔던 50대 김모씨는 "경기가 너무 안 좋아 도소매 모두 어렵지만 재고를 처리해야 하니 조금씩도 팔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 사람들 씀씀이가 작아져 이젠 대가족이 함께 사는 경우가 아니면 박스 단위로는 잘 안 나간다"고 말했다.

'코로나 불황' 도매시장도 회 1인분·사과 1개 판매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에서도 배 1개, 브로콜리 1송이, 딸기 1팩씩을 매대에 올려둔 상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30년째 시장에서 영업한 김완규(67)씨는 "소매를 시작한 건 2년쯤 됐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도매가 전체 판매량의 80%에 달했다면 지금은 도소매가 절반씩"이라며 "과일은 시간이 지나면 썩으니 도매로 안 나가면 이렇게 소분해서라도 팔아야 한다"고 했다.

과일 판매상 김재환(64)씨도 "코로나로 자영업자들 장사가 잘 안되니 소매가 많이 늘어 우리 가게는 소매 판매량이 90%나 된다"며 "주로 혼자 아니면 둘이 사는 노인들이 조금씩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41년째 장사를 한다는 김씨는 "이렇게 조금씩 나눠서라도 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했다.

청량리청과물시장 상인회의 동영화 회장은 "회원 270명 중 60∼70명 정도가 소매를 하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도매가 어려워지자 소매로 판매량을 보전하려는 상인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