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금지하던 일본도 지난해 합법화 판결 나와
"정부 규제받고 일하고 싶다"…타투업계, 헌법소원 내고 문신사법 제정 요구
의료계 "타투 양성화는 의료법·의료체계 근간부터 바꿔야 가능…혼란 우려돼"

타투 300만 시대 / 연합뉴스 (Yonhapnews)
탐사보도팀 = 대한민국은 타투(문신) 시술이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된 세계 유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함께 그동안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 상태로 두고 있던 일본에선 지난해 9월 "타투는 의료행위가 아니다"는 최고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당장 법이 개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 판단이니만큼 앞으로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합법화로 나아간 조치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 면허 소지자만 타투 시술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 타투 시술을 하는 의료인의 수는 극히 적다.

현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2만여 명의 타투이스트와 20만 명가량의 반영구 화장사의 시술은 불법으로 규정됐다.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로 단속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타투 업계는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의료계는 타투 시술이 명백한 의료행위라며,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공공보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이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에 타투 업계는 타투 시술이 의료 행위가 아니며, 비의료인도 매우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며 양성화를 요구하고 있다.

[타투 300만 시대]④ 사실상 세계 유일 '문신 불법' 국가…합법화 논쟁 후끈
◇ 타투업계 "타투는 의료행위 아니다…양성화해야"
우리나라는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1992년 대법원에서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이래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은 '의료법 위반'으로 단속돼왔다.

당시 대법원은 "피부 진피(眞皮)에 색소가 주입될 가능성이 있고, 문신용 침으로 인해 질병 전염의 우려가 있다는 점"에 근거해 문신을 의료행위라고 판단하고, 타투 시술을 의료 면허 소지자에게만 허용했다.

하지만 타투이스트를 비롯한 업계 종사자들은 이 같은 판단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의사 면허가 있는 타투이스트인 조명신 빈센트의원 원장은 "타투보다 훨씬 위험한 의료행위인 근육주사, 혈관주사 등도 의사가 아니어도 간호사·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다면 문제가 없다"며 "그런 기준으로 보면 반드시 의사 면허가 있어야만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타투가 정말 의료행위라면 의료인이 타투 시술을 가장 잘해야 하는데, 의료 면허가 없는 타투이스트들이 가장 잘한다"며 "타투 시술을 '의료'라고 한다면 그럼 내가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인) '화타'가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법무법인 오월의 곽예람 변호사는 "의료행위로 볼 수 없는 행위에 따르는 추상적인 보건 의료상의 위험까지 모두 의료행위로 해석하고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타투 300만 시대]④ 사실상 세계 유일 '문신 불법' 국가…합법화 논쟁 후끈
타투업계 종사자들은 대법원 판결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 타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상황이 크게 바뀐 만큼 법 제도도 그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회장은 "1992년 대법원판결이 내려질 당시에는 타투가 (조폭 등) '나쁜 사람'을 보여주는 장치라는 것에 대한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상당수가 이러한 과거에 대해 전혀 모를 정도로 부정적 인식이 희석됐다"고 말했다.

이어 "타투를 개인의 '외모'로서 선입견 없이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젊은이들의 문화 인식이 과거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법 제도가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법원판결 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서 타투나 눈썹 문신 등 반영구화장은 국민 5명 중 1명이 경험했을 정도로 흔한 시술이 됐다고 타투업계는 지적했다.

국내 관련 시장 규모도 1조원대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는 추정이 나온다.

최근에는 경찰과 군까지 인사 채용 규정에서 타투 관련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타투이스트 17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8.9%가 '시술 안전과 관련한 정부의 관리·감독하에 비의료인에 의한 시술 행위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타투 300만 시대]④ 사실상 세계 유일 '문신 불법' 국가…합법화 논쟁 후끈
◇ 의료계 "타투는 의료행위…비의료인 시술 허용하면 국민건강 위협"
반면에 의료계는 타투가 피부에 상처를 내는 '침습(侵襲)적 의료행위'로 의료법상 의료인의 고유 업무 영역에 해당하고, 시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등이 공공보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합법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침습적 의료행위는 수술용 메스나 바늘 등이 인체 내로 들어가서 이뤄지는 치료를 말한다.

이들은 의학적 지식과 기술이 없는 비의료인이 타투를 시술했다가는 피시술자의 생명과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위생적이지 못한 시술 도구를 사용할 경우 C형 간염, 매독,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등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준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은 "문신은 시술 과정에서 바늘로 피부 진피를 수천 번 찌르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며 "바늘의 위생뿐 아니라 시술 과정에서 쓰이는 마취제, 피부에 들어가는 인공적 염료 등 의료적인 부분이 많아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보건의료원의 '서화문신 행위 실태 파악을 위한 기획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발적(피부나 점막에 염증이 생겼을 때 그 부분이 빨갛게 부어오르는 현상)·통증, 감염, 알레르기 반응, 색소 번짐 등 다양한 타투 부작용이 보고됐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는 타투 시술에 쓰이는 염료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난해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경고했다.

[타투 300만 시대]④ 사실상 세계 유일 '문신 불법' 국가…합법화 논쟁 후끈
한번 타투를 받으면 나중에 타투를 지우고 싶더라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의료계에서 타투 양성화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정찬우 대한의사협회 이사는 "타투 시술을 받은 피시술자 중 절반 이상이 타투 제거를 원하지만, 실제 타투 제거 시술을 받더라도 완전히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문신사법을 통해 비의료인에게 자격을 발급하는 방식 등으로 타투 산업을 양성화할 경우 이에 따를 수 있는 업무범위 혼란도 이들이 타투 시술 양성화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료인에게 침습적 의료행위에 대해 독점적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에게 침습적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타투 시술을 허용하려면 '의료행위'의 범위를 완전히 재검토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의료 혼란이 발생한다는 얘기이다.

정 이사는 "단순히 많은 사람이 받는다고 해서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얘기"라며 "타투 양성화는 단순히 타투를 비의료인에게 허용한다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법과 의료체계의 근간을 바꿔야 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탐사보도팀: 권선미·윤우성 기자, 정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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