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버스옆자리서 신체접촉없이 음란행위, 강제추행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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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만석버스였고 신체접촉 없었다"며 공연음란 혐의로 송치
공공장소서 신체접촉 없이 이뤄진 음란행위 강제추행 인정 판례 있어 버스 옆자리에 여성이 앉은 상태에서 보란듯이 음란행위를 한 30대 남성에게 강제추행죄를 적용할 수 없을까?
지난달 23일 부산에서 전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에 대한 경찰의 법 조문 적용을 두고 경찰과 피해자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8일 경찰과 피해자 A씨에 따르면 부산에 거주하는 여성 A씨는 당시 전북 전주행 고속버스에서 옆좌석에 앉은 30대 남성 B씨가 바지를 내린 뒤 자신을 향해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버스가 만석이어서 자리를 옮기지 못한 A씨는 애써 모른 척하려 했지만, B씨는 버스가 이동하는 3시간 동안 음란행위를 지속했다는 것이 A씨 증언이다.
A씨는 결국 뒷좌석 승객의 도움을 받아 휴대전화로 증거 영상을 촬영해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한 뒤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 3일 B씨를 공연음란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제추행죄가 아닌 공연음란죄가 적용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관련 기사 댓글에서도 "저런 상황에 처하면 정말 무섭고 당황스러워서 소리 지르거나 주변에 알릴 수도 없는데, 강제추행죄가 성립이 안 되면 뭐가 강제추행죄냐", "강제추행죄가 맞는데 경찰이 '봐주기'하는 것 아니냐"와 같은 비판이 나왔다.
이에 연합뉴스는 해당 법 조항과 판례 등에 비춰 이러한 지적의 타당성을 따져봤다.
◇공공장소 음란행위는 공연음란…상대방에 폭행·협박 동원 성적수치심 유발하면 강제추행 우선 공연음란죄와 강제추행죄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공연음란은 형법 제245조에 따라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즉, '공공연한 장소'에서 타인의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음란한 행위'를 하면 공연음란죄로 처벌될 수 있다.
길거리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주요 신체 부위를 드러내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바바리맨'을 떠올리면 된다.
한편, 형법 제298조에 명시된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여기서 추행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두 범죄 모두 성적수치심을 불러오는 행위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나 공연음란죄는 통상 공공연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뤄진 행위에 대한 것인 반면, 강제추행죄는 특정 피해자가 있어야 성립되고 신체 접촉이 이뤄졌을 때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은 이러한 점에 비춰 B씨에게 공연음란죄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벌 수위는 강제추행죄가 더 높다.
공연음란죄를 저지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료 또는 과료(科料·일정한 재산을 납부하게 하는 형사상 처벌)에 처해질 수 있다.
강제추행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으며, 신상정보 공개와 취업제한 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다.
◇경찰 "만석버스 안이고 신체접촉 없었으니 공연음란죄가 적합"…피해자 "나만 볼 수 있도록 노출했다"
B씨의 음란행위에 적용할 법조문을 놓고 경찰과 피해자 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승객이 있는 만석 버스 안에서 범행이 이뤄졌고,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던 만큼 공연음란죄를 적용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A씨는 "바바리맨을 보면 도망이라도 갈 수 있지만 당시 나는 이동할 수도 없었고 해코지가 두려워 기사나 다른 승객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며 "그 사람이 버스에서 모두가 볼 수 있게 노출한 것도 아니고 복도 쪽은 옷으로 가려 나만 (신체를) 볼 수 있게 겨냥했다"고 말했다.
◇대법 "신체접촉 없어도 강제추행 성립"·공공장소 음란행위 강제추행 인정 판례도
그렇다면 비슷한 사건에서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신체 접촉 없이 이뤄진 음란 행위라도 강제추행으로 인정된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초등학생과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탄 상황에서 음란행위를 한 20대 남성에 대해 그가 위력에 의한 추행의 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 환송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체에 대하여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아니하였고 엘리베이터가 10층에서 멈춘 후 피해자가 상황에서 바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에 의하여 추행 행위에 나아간 것"이라며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형법상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다만,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던 만큼 같은 범죄에 대해 처벌을 더 강화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했다.
이 특례법 제7조 3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이번처럼 공공연한 장소에서 신체 접촉 없이 이뤄진 음란 행위에 대해 강제 추행을 인정한 판례도 있다.
2018년 한 20대 남성이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던 17세 여고생에게서 1.5m 떨어진 곳에서 음란행위를 하고 흔적까지 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1, 2심 재판부 모두 강제추행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사건은 상고없이 2심에서 확정됐다.
2019년 당시 이 사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복형 부장판사)는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향해서 음란행위 등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었고, 공개된 장소지만 피해자의 뒤에서 몰래 이뤄진 점으로 볼 때 강제추행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의 행위는 성적 수치심 내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정도로 볼 때 직접 신체적 접촉의 경우와 동등한 정도로 판단한 원심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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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공공장소서 신체접촉 없이 이뤄진 음란행위 강제추행 인정 판례 있어 버스 옆자리에 여성이 앉은 상태에서 보란듯이 음란행위를 한 30대 남성에게 강제추행죄를 적용할 수 없을까?
지난달 23일 부산에서 전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에 대한 경찰의 법 조문 적용을 두고 경찰과 피해자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8일 경찰과 피해자 A씨에 따르면 부산에 거주하는 여성 A씨는 당시 전북 전주행 고속버스에서 옆좌석에 앉은 30대 남성 B씨가 바지를 내린 뒤 자신을 향해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버스가 만석이어서 자리를 옮기지 못한 A씨는 애써 모른 척하려 했지만, B씨는 버스가 이동하는 3시간 동안 음란행위를 지속했다는 것이 A씨 증언이다.
A씨는 결국 뒷좌석 승객의 도움을 받아 휴대전화로 증거 영상을 촬영해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한 뒤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 3일 B씨를 공연음란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제추행죄가 아닌 공연음란죄가 적용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관련 기사 댓글에서도 "저런 상황에 처하면 정말 무섭고 당황스러워서 소리 지르거나 주변에 알릴 수도 없는데, 강제추행죄가 성립이 안 되면 뭐가 강제추행죄냐", "강제추행죄가 맞는데 경찰이 '봐주기'하는 것 아니냐"와 같은 비판이 나왔다.
이에 연합뉴스는 해당 법 조항과 판례 등에 비춰 이러한 지적의 타당성을 따져봤다.
◇공공장소 음란행위는 공연음란…상대방에 폭행·협박 동원 성적수치심 유발하면 강제추행 우선 공연음란죄와 강제추행죄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공연음란은 형법 제245조에 따라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즉, '공공연한 장소'에서 타인의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음란한 행위'를 하면 공연음란죄로 처벌될 수 있다.
길거리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주요 신체 부위를 드러내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바바리맨'을 떠올리면 된다.
한편, 형법 제298조에 명시된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여기서 추행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두 범죄 모두 성적수치심을 불러오는 행위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나 공연음란죄는 통상 공공연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뤄진 행위에 대한 것인 반면, 강제추행죄는 특정 피해자가 있어야 성립되고 신체 접촉이 이뤄졌을 때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은 이러한 점에 비춰 B씨에게 공연음란죄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벌 수위는 강제추행죄가 더 높다.
공연음란죄를 저지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료 또는 과료(科料·일정한 재산을 납부하게 하는 형사상 처벌)에 처해질 수 있다.
강제추행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으며, 신상정보 공개와 취업제한 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다.
◇경찰 "만석버스 안이고 신체접촉 없었으니 공연음란죄가 적합"…피해자 "나만 볼 수 있도록 노출했다"
B씨의 음란행위에 적용할 법조문을 놓고 경찰과 피해자 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승객이 있는 만석 버스 안에서 범행이 이뤄졌고,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던 만큼 공연음란죄를 적용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A씨는 "바바리맨을 보면 도망이라도 갈 수 있지만 당시 나는 이동할 수도 없었고 해코지가 두려워 기사나 다른 승객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며 "그 사람이 버스에서 모두가 볼 수 있게 노출한 것도 아니고 복도 쪽은 옷으로 가려 나만 (신체를) 볼 수 있게 겨냥했다"고 말했다.
◇대법 "신체접촉 없어도 강제추행 성립"·공공장소 음란행위 강제추행 인정 판례도
그렇다면 비슷한 사건에서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신체 접촉 없이 이뤄진 음란 행위라도 강제추행으로 인정된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초등학생과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탄 상황에서 음란행위를 한 20대 남성에 대해 그가 위력에 의한 추행의 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 환송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체에 대하여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아니하였고 엘리베이터가 10층에서 멈춘 후 피해자가 상황에서 바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에 의하여 추행 행위에 나아간 것"이라며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형법상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다만,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던 만큼 같은 범죄에 대해 처벌을 더 강화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했다.
이 특례법 제7조 3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이번처럼 공공연한 장소에서 신체 접촉 없이 이뤄진 음란 행위에 대해 강제 추행을 인정한 판례도 있다.
2018년 한 20대 남성이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던 17세 여고생에게서 1.5m 떨어진 곳에서 음란행위를 하고 흔적까지 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1, 2심 재판부 모두 강제추행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사건은 상고없이 2심에서 확정됐다.
2019년 당시 이 사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복형 부장판사)는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향해서 음란행위 등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었고, 공개된 장소지만 피해자의 뒤에서 몰래 이뤄진 점으로 볼 때 강제추행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의 행위는 성적 수치심 내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정도로 볼 때 직접 신체적 접촉의 경우와 동등한 정도로 판단한 원심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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