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나를 리드한다"…신민주 개인전 '활기'
캔버스에 거침없는 붓질로 물감을 바른다.

여러 물감으로 색의 층을 쌓고 실크스크린 도구인 스퀴지로 안료를 밀어내기를 되풀이한다.

그리기와 지우기의 반복이다.

즉흥적인 작가의 움직임에 우연성이 더해져 추상적인 형상이 나타나고,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만난 신민주의 그림이다.

캔버스에 응축된 물감이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오는 17일부터 여는 3년 만의 개인전 제목은 '활기(活氣·vigor)'이다.

작가의 연작 '불확정적 여백(Uncertain Emptiness)' 중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진 신작을 소개한다.

어두운 계열 색을 주로 썼던 묵직한 과거 작업과 비교해 화려하고 세련된 색감으로 생기를 더하는 작품이 눈에 띈다.

"그림이 나를 리드한다"…신민주 개인전 '활기'
16일 전시장에서 작가는 "'불확정적 여백'이라는 것 자체가 주는 상상력에 매료됐다"라며 "아직 오지 않은, 보고 싶은 어떤 풍경과 장면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결과물을 구상하는 게 아니고 매일 달라지는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작가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장면이 캔버스에 펼쳐진다.

그때가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캔버스에서 레슬링을 하는 것 같다"라며 "내가 물감을 바르고 스퀴지로 밀지만, 결과물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이 나를 리드한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다"라며 "결과물을 재단하는 게 없어서 어떤 우연의 효과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밝고 화려해진 색감에 대해서는 "갱년기를 겪고 환경이 바뀌면서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그림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라며 "전에는 제한된 색 속에서 행위에만 열중했다면 점점 색에 대한 욕구가 차오르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작업을 하면서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경험을 했다는 신민주의 그림은 매끈하게 포장된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거친 붓질과 여러 층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작가는 "한번 했던 작업 위에 다른 작업을 올릴 때 상처처럼 보이는 것을 덮지 않고 그냥 드러내고자 했다"라며 "그러면서 스스로 치유되는 것을 느꼈고, 보는 이들도 그런 에너지를 잠시나마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20일까지.
"그림이 나를 리드한다"…신민주 개인전 '활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