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논란에 추락한 배구 가족…쌍둥이 자매 어머니도 비판받아
중·고교 운동부에서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배는 '스타 플레이어'다.

여기에 '부모의 입김'이 더해지면, 해당 선수는 '선수 이상의 권력'을 손에 넣는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인 이재영과 이다영(이상 25)은 학창 시절부터 '한국 배구의 미래'로 조명받았다.

더구나 둘의 어머니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대표팀 주전 세터로 뛴 김경희 씨다.

한국 배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였던 '배구 가족'은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급격하게 추락했다.

이재영·다영과 함께 중학교 배구부에서 뛴 딸의 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쌍둥이만 서로 올리고 때리고, 둘만 하는 배구라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며 "'(김경희 씨가 세터 이다영에게) 언니에게 공을 올려라'라고 코치하는 소리를 정확하게 들었다"고 썼다.

'쌍둥이를 국가대표로 키운 어머니'라는 부러움을 샀던 김경희 씨는 이제 '경기에 관여한 어머니'로 비판받는다.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이다영을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도 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배구협회는 이어 "김경희 씨에게 지난해 수여한 '장한 어버이상'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학폭 논란에 추락한 배구 가족…쌍둥이 자매 어머니도 비판받아
김경희 씨는 '흥국생명 훈련을 참관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 이다영의 어머니가 훈련을 지켜봤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김경희씨의 선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씨가 훈련을 참관했을 가능성은 작다.

프로에서는 선수의 부모가 현장과 구단을 압박할 여지가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재영과 이다영의 중·고교 시절에는 김경희 씨의 입김이 곳곳에 작용했을 수 있다.

두 선수의 활약 여부가 팀 성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터라, 지도자도 김경희씨의 목소리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국가대표 출신에, 배구계에 인맥도 넓은 '선수 부모'였다.

의도하지 않아도 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재영과 이다영의 학창 시절 과오를 폭로하는 글에서는 김경희씨가 두 딸의 '든든한 배경'이었음을 암시하는 사연이 담겼다.

김경희씨에게는 '모정'이었겠지만, 피해자들에게는 '권력 행사'였던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