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평균 배송비 육지부 417원보다 6배 이상 높은 2천528원
조사 대상 913개 제품 중 절반 이상인 57.6%가 특수 배송비 청구

[※ 편집자 주 = 제주지역 평균 택배비가 육지보다 6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를 비롯한 도서·산간 택배비가 육지보다 비싼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섬이란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제주 등 도서·산간 택배비 실태를 짚어보고, 도서·산간 택배비 산정 기준과 이에 따른 택배비 저감 방안 등을 알아보는 기획 기사 3편을 3일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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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사는 주부 김모(57)씨는 최근 택배를 주문하다 화들짝 놀랐다.

[불공정 섬 특수배송] ① 2만원짜리 한우곱창전골 특수배송비 99만원?!
김씨가 온라인 구매사이트에서 간편 조리식품인 한우곱창전골 밀키트(Meal-Kit)를 장바구니에 넣고 무심코 결제하려는 순간, 가격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결제창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니 특수 배송비가 10만원이나 됐다.

맘이 상한 김씨는 결국 다른 사이트로 이동해 또다시 구매를 시도했지만, 여기선 특수 배송비가 전보다 10배 가까이 높은 99만원으로 책정돼 있어 기분만 곱절로 상하고 주문을 포기했다.

김씨는 "2만원짜리를 사는 데 배송료를 10만원이나 요구하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일부 업체는 도서·산간 지역의 경우 배송이 불가해 일부러 배송료를 높게 책정해뒀다고 안내하기도 하지만,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택배비를 맞닥뜨릴 때마다 서럽고 조롱받는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자취하는 직장인 강모(31)씨도 비싼 특수 배송비로 기분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강씨는 "온라인에서 벽에 설치할 1만6천500원짜리 작은 조립식 선반 3개를 사려고 보니, 각각 기본 배송비 2천500원에 특수 배송비 5천원까지 붙어 배송비만 2만7천원이었다"며 "선반 하나 값을 택배비로 날리는 기분이라 결국 구매를 보류하고, 주말에 근처 마트를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최근 온라인에서 제주산 고등어를 사면서도 추가 배송비를 냈다"며 "제주 등 도서·산간 지역에 살면 무조건 택배 출발 지점에 상관없이 추가 배송비를 내야 하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제주도와 도서·산간 지역 택배 운송 시 추가되는 배송비가 과다 책정되면서 이용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불공정 섬 특수배송] ① 2만원짜리 한우곱창전골 특수배송비 99만원?!
도가 지난해 7∼12월 특수 배송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도권·충청·전라·경상·강원 등 육지부에서 제주로 배송되는 택배비 평균은 2천528원으로 육지부에서 육지부로 배송되는 택배비 평균 417원과 비교했을 때 6배 이상 높았다.

제주 평균 택배비 2천528원 중 83.5%인 2천111원이 특수배송비다.

제주를 비롯한 덕적도·연평도·울릉도·욕지도·한산도·흑산도·청산도·선유도·석모도 등 10개 도서 지역 평균 총배송비는 3천59원으로 집계됐다.

도서·산간 지역은 항공기나 선박을 이용해 배송한다는 특수 여건 때문에 택배 운송 시 별도 권역으로 구분해 특수 배송비라는 명목으로 별도 요금이 추가 적용되고 있다.

도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전체 8개 품목 913개 제품 중 특수 배송비를 청구하는 경우는 절반 이상인 57.6%(525건)에 달했다.

TV홈쇼핑의 경우 특수 배송비 비율이 15.9% 정도였지만, 소셜커머스는 95.6&, 오픈마켓은 94.7%가 특수 배송비를 추가했다.

사실상 온라인 구매사이트 대부분이 특수 배송비를 요구하는 셈이다.

품목별로 보면 육지와 제주지역 총배송비 차이는 가전제품이 34.5배로 가장 컸고, 그다음이 의류·섬유 용품 12.8배, 식품·의약품 8.2배, 생활용품 7.6배, 가구·침구류 5.8배 순이였다.

[불공정 섬 특수배송] ① 2만원짜리 한우곱창전골 특수배송비 99만원?!
실제 전자제품이나 가구·침구류의 경우 비싼 배송비로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직접 용달차를 예약해 더 적은 돈을 들여 배송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또 유사한 종류의 제품을 동일 구간으로 배송할 때 일부 제품은 판매자에 따라 추가 배송비가 1천원에서 2만원까지 차이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구매 전 사전 고지 없이 뒤늦게 추가 택배비를 요구하거나 배송 불가를 통보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배송비를 이미 지불하고 온라인상 구매를 완료한 상황인데도 문자나 전화로 별도 추가 요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상품 구매가 자동 취소된다며 입금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 구매 전 사전 고지도 없이 며칠이 지나서야 '배송 불가 지역'이라며 거부당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다.

김정숙 제주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특수배송비 부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택배업체와 판매자가 자의적으로 배송비를 산정하면서 같은 품목을 사도 업체에 따라 특수배송비가 제각기 다르게 산정된다"며 "특수 배송비 적정 가격 책정을 통해 물류비가 완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