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는 올 시즌 초반 세터 문제로 고생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직후 입대를 앞둔 주전 세터 노재욱을 삼성화재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는데, 그 빈 자리를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

우리카드는 신인왕 출신 세터 이호건을 데려오면서 하승우와 경쟁 구도를 만들었지만, 두 선수 모두 신영철 감독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신 감독은 시즌 초반 하승우에게 주전 세터 자리를 맡기다가 이호건을 중용했다.

그리고 다시 하승우에게 기회를 줬다.

어찌 보면 하승우에겐 자존심이 상할 법한 상황이었다.

치열한 팀 내 경쟁 구도로 의욕이 꺾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승우는 일련의 과정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9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이끈 뒤 "사실 시즌 초반 주전 세터 역할을 맡았을 땐 부담이 많았다"며 "실수를 많이 해 자신감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중반 주전에서 빠진 건 당연했다"며 "오히려 밖에서 경기를 보면서 더 악착같이 훈련하고 경기를 준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어엿한 우리카드의 주전 세터가 됐다.

하승우는 이날 알렉스 페헤이라, 나경복, 한성정 등 팀 공격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상대의 허를 찔렀다.

안정적인 경기 운용으로 팀 내 실수를 줄이며 승점 3점 획득을 이끌었다.

하승우는 "최근 신영철 감독님이 자신감을 올릴 수 있도록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앞으로 기대에 맞는 플레이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 동기인 KB손해보험 세터 황택의에 관한 질문에도 씩씩하게 답했다.

그는 '최근 활약 중인 황택의를 보면서 자극받지 않나'라는 질문에 "신인드래프트 당시 황택의와 격차를 줄이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더 벌어진 것 같다"라고 웃은 뒤 "황택의의 활약이 열심히 훈련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