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일손 80% 빠져…속타는 中企·농가 "공장·논밭 놀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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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외국인 일손 부족 심화…올해 '최악' 우려
외국인 근로자 매년 3만명 넘게 왔는데, 작년 2437명 입국
中企 "기계 못 돌린다" 아우성…퇴직 60대·난민까지 수소문
몸값 뛴 외국인들 "얼마 더 줄거냐" 공장 돌며 급여 흥정도
외국인 근로자 매년 3만명 넘게 왔는데, 작년 2437명 입국
中企 "기계 못 돌린다" 아우성…퇴직 60대·난민까지 수소문
몸값 뛴 외국인들 "얼마 더 줄거냐" 공장 돌며 급여 흥정도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외국인 입국자(관광객 등 포함)는 259만3706명으로, 전년 동기(1638만9768명)보다 84% 급감했다. 특히 비전문취업(E9) 및 방문취업(H2) 비자를 보유한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3%, 88% 줄었다. 반면 합법적인 체류기간이 만료됐지만 여전히 국내에 머물고 있는 불법체류자(39만2575명)는 전체 외국인 체류자의 19%까지 치솟았다. 산업현장에서는 외국인 인력 부족으로 공장이 멈추고 농사일이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자가격리시설 확충 등에 적극 나서 입국자를 늘리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업체들 간 경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경남의 한 영세 제조업체 B사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 3명이 한꺼번에 다른 업체로 이직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사 사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떼를 지어 더 높은 급여를 주는 중소기업을 찾아 ‘쇼핑’하듯 공단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례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 일대에서 2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오이 농사를 짓는 이모씨도 4~5명의 필요 인력 중 2명만 간신히 구한 상태다. 이씨는 “농사일은 쉬지 않고 일해야 해 주 5일 근무도 쉽지 않다”며 “외국인 부부의 월급이 30만~40만원씩 올라 총 320만원(두 사람) 정도를 주고 있는데, 더 준다는 곳으로 옮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남 신안 일대에서 대파농사를 짓는 이모 이장은 “지난해 자원봉사 인력과 군부대 등에 의존해 간신히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 대파 농사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손성원 중기중앙회 외국인력지원부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은 캄보디아에서만 인력을 들여오고 있는데 격리시설 부족으로 한 달에 100명밖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며 “격리시설만 각 지자체에서 허용해준다면 한 주에 200명씩 매월 800명이 입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해법은 근무 여건이나 시설 측면에서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으로 만드는 일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일터 혁신’을 통해 생산성도 높이고 내국인 청년층을 유입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해온 인력 수급 문제를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혜정/안대규/안효주 기자 selenmoon@hankyung.com
“불법체류자라도 고용해야 하나”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달 1~18일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인력을 배당해줄 것도 아니면서 뭐하러 신청을 받느냐”는 항의만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중소 제조기업계가 요구한 인력은 2만1666명이었으나 실제 배당된 인원은 2437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뿌리산업 중소기업 사장은 “생산라인 가동을 멈춰가며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을 기다렸는데 1년이 지나갔다”며 “할 수 없이 동종업계에서 퇴직한 60대 근로자를 수소문해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불법체류자라도 써야 하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수도권 국가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직원 김모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맡는 업무 특성상 젊은 인력이 대체해줘야 하는데 내국인 젊은이들은 오지도 않을뿐더러 오래 버티질 못한다”고 전했다. 대체인력이 없다는 뜻이다. 경기 김포의 한 선반제조업체 B사 사장은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아프리카나 중동 난민 인력을 현장에 활용하는 업체도 생겨났다”고 귀띔했다.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업체들 간 경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경남의 한 영세 제조업체 B사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 3명이 한꺼번에 다른 업체로 이직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사 사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떼를 지어 더 높은 급여를 주는 중소기업을 찾아 ‘쇼핑’하듯 공단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례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은 “인력 80~90% 부족”
전북에서 12만 평 규모의 밭농사를 짓는 전모씨는 올해 농사가 막막하다. 그는 “밭농사에 80명이 필요한데 지금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10명밖에 안 된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의 공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작년 초 6만~7만원 수준이던 인건비는 지난해 농번기 14만원까지 치솟은 뒤, 농한기인 최근에도 10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인력을 구할 수가 없다.충남 천안 일대에서 2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오이 농사를 짓는 이모씨도 4~5명의 필요 인력 중 2명만 간신히 구한 상태다. 이씨는 “농사일은 쉬지 않고 일해야 해 주 5일 근무도 쉽지 않다”며 “외국인 부부의 월급이 30만~40만원씩 올라 총 320만원(두 사람) 정도를 주고 있는데, 더 준다는 곳으로 옮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남 신안 일대에서 대파농사를 짓는 이모 이장은 “지난해 자원봉사 인력과 군부대 등에 의존해 간신히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 대파 농사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자가격리시설 확충 등 대책 요구
업계에서는 외국인 인력 유입을 늘리기 위해 자가격리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하는 아산이주노동자센터의 우삼열 소장은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들이 설령 출국 뒤 재입국할 수 있다고 해도, 2주 격리기간 써야 할 호텔 체류비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길 포기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했다. 중소기업 및 농가의 숙소는 공동 화장실 등을 쓰기 때문에 격리시설로 부적합해 별도의 자가격리 시설을 마련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인 입국자들이 호텔 등에서 자가격리를 할 경우 약 140만원(하루 숙박·식사비 10만원씩 14일간)을 부담해야 한다. 지역의 호텔을 격리시설로 활용하려면 각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지역 민원 제기를 우려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인력 수급 등을 위해 관할 내 호텔을 격리시설로 허가한 곳은 부산시가 유일하다.손성원 중기중앙회 외국인력지원부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은 캄보디아에서만 인력을 들여오고 있는데 격리시설 부족으로 한 달에 100명밖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며 “격리시설만 각 지자체에서 허용해준다면 한 주에 200명씩 매월 800명이 입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해법은 근무 여건이나 시설 측면에서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으로 만드는 일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일터 혁신’을 통해 생산성도 높이고 내국인 청년층을 유입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해온 인력 수급 문제를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혜정/안대규/안효주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