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30·사진)이 자신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이경훈은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파71)에서 열린 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73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를 적어내 우승을 차지한 브룩스 켑카(31·미국)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를 기록했다.

2018~2019시즌 PGA투어에 데뷔한 이경훈이 준우승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종전 최고 성적은 2019년 4월 취리히 클래식에서 거둔 공동 3위. 취리히 클래식이 2인 1조 단체전으로 열렸기 때문에 개인 성적으로는 2019년 11월 RSM클래식에서 기록한 공동 5위가 가장 좋았다. 이경훈은 “첫날부터 컨디션도 좋았고 아이언과 드라이버, 퍼트 등 모든 게 잘됐다”며 “특히 아이언 샷에 중점을 둬 연습한 게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18번홀(파4) 10m 버디 퍼트를 놓쳐 우승은 못했지만 이경훈은 공동 2위 상금으로 64만9700달러(약 7억2700만원)를 챙겼다. 이번 대회 전까지 그가 모은 누적 상금(204만달러)의 3분의 1가량을 한 번에 챙긴 셈이다. 그동안 경비를 아끼면서 후배들을 위해 2017년부터 매년 ‘이경훈배 서울시 학생골프대회’를 열어온 그에겐 단비 같은 상금이다.

이경훈은 “이렇게 우승에 근접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마지막 날 경기를 하면서 좀 떨리고 긴장도 많이 했지만, 재미있고 흥분이 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에도 비슷한 기회가 온다면 꼭 기회를 잡고 우승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가 세운 ‘2024 플랜’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는 PGA투어에 데뷔하면서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페덱스컵 랭킹 50위, 투어 챔피언십 출전, 세계랭킹 50위, 세계랭킹 30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준우승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245점을 챙긴 그는 올 시즌 포인트 순위에서 단숨에 48위(334점)로 도약했다.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다. 이경훈은 “간절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