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공매도, 새로운 경제문법 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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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게임스톱 사태서 드러난
개미군단의 反공매도 전쟁
'한국판 게임스톱' 가능성도 커져
공매도 금지하는 선진국 없지만
개인 투자자의 요구 감안한
제도 혁신 방안 고민해야
최병일 <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
개미군단의 反공매도 전쟁
'한국판 게임스톱' 가능성도 커져
공매도 금지하는 선진국 없지만
개인 투자자의 요구 감안한
제도 혁신 방안 고민해야
최병일 <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
비디오 게임을 판매하는 미국 내 체인점 게임스톱(GameStop)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해 첫날 17.25달러로 시작한 게임스톱 주가는 1월 하순 급등세로 변하면서 순식간에 100달러를 돌파하고 이틀 뒤엔 340달러를 넘겼다. 325달러로 1월 마지막 날을 마감했다. 한 달 사이 게임스톱은 1800% 이상 올랐다. 온라인 만능 시대에 박물관에 가야 할 화석처럼 치부되던 오프라인 기업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시작은 사소했다. 게임스톱의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空賣渡) 세력이 있었고, 그전에도 종종 그랬듯이 대세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면 이들은 막대한 이익을 실현할 예정이었다. 공매도 세력이 게임스톱을 흔든다는 소문이 사이버 공간으로 확산되고 여기에 자극받은 개미들이 결집하면서 상황은 예정된 결말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개미들의 분노에 불을 지른 것은 월가의 오만함이었다. 그들은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에 저항하는 개미들의 결집을 ‘바보 같은 짓’이라고 대놓고 자극했다. 이 와중에 개미들의 주거래 앱인 로빈후드가 개인의 매수를 제한한 조치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가격을 올리려는 개미 세력과 내리려는 공매도 세력이 붙으면서 시장은 비현실적인 비디오 게임 전쟁터로 돌변했다. 초 단위로 급등락을 거듭하며 5분 사이에 주가가 30달러에서 200달러 사이를 요동치는 혼돈 상황이 연출됐다. 주가는 이미 게임스톱 가치와는 무관한 것이 돼버렸다. 시장은 광분의 카지노로 돌변했다.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월 말 이후 주가는 급락세로 돌변했다. 지난 2일 종가는 90달러, 이틀 사이 70% 하락했다.
게임스톱을 뒤흔들고 있는 공매도 논쟁이 바다 건너 다른 나라 일만은 아니다. 한국은 작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는 긴급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다. 6개월 한시 조치였는데, 6개월 연장돼 오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3일 공매도 금지 기간을 5월 2일까지 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5월 3일부터는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한다. 나머지 종목은 재개 방법 및 시기 등을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다만 공매도 영구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사람이 20만 명을 넘는다. 국내 개미들도 결집하고 있다. 공매도 세력에 휘둘리고 있는 몇몇 특정 주식을 지목하면서 항전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집도, 자동차도 있어야 팔 수 있는 것이 상식인 세상에서 유독 주식시장에서만 허용되는 ‘없는 주식을 파는’ 공매도가 논란의 대상이다. 논란의 핵심은 공매도는 거대 자본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것이다. 공매도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기관, 대형 글로벌 투자자다. 공매도가 주식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킨다는 그들의 방어논리는 하락장에서 대량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막기엔 공허하다.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는 없다. 글로벌 투자자의 투자 지표인 MSCI지수는 1년 이상 장기간 공매도 금지 조치를 이어가면 해당 국가의 투자 비중을 낮추도록 돼 있다. 한국이 공매도 금지 상시국으로 인식되면 외국인들의 투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기대는 공매도 논리 역시 개미들에게는 공허하다.
개미들은 더 이상 거대 자본에 휘둘리길 거부한다. 디지털, 온라인 환경이 그들을 의식 있는 전사로 탈바꿈시켰다. 그들 역시 시장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다. 그들은 특정 회사를 흠집내려는 거대 자본의 계획에 동원되는 공매도에 반대한다. 그것은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하고, 혁신을 파괴하는 반자본주의적 행태라고 생각한다. 공매도를 글로벌 스탠더드, 시장 안정화 논리로 방어한다면 그것은 바뀐 세상을 읽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논리는 정책당국에 쉽게 접근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득권의 논리일 따름이다. 세상은 공매도의 새로운 경제문법을 요구한다.
시작은 사소했다. 게임스톱의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空賣渡) 세력이 있었고, 그전에도 종종 그랬듯이 대세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면 이들은 막대한 이익을 실현할 예정이었다. 공매도 세력이 게임스톱을 흔든다는 소문이 사이버 공간으로 확산되고 여기에 자극받은 개미들이 결집하면서 상황은 예정된 결말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개미들의 분노에 불을 지른 것은 월가의 오만함이었다. 그들은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에 저항하는 개미들의 결집을 ‘바보 같은 짓’이라고 대놓고 자극했다. 이 와중에 개미들의 주거래 앱인 로빈후드가 개인의 매수를 제한한 조치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가격을 올리려는 개미 세력과 내리려는 공매도 세력이 붙으면서 시장은 비현실적인 비디오 게임 전쟁터로 돌변했다. 초 단위로 급등락을 거듭하며 5분 사이에 주가가 30달러에서 200달러 사이를 요동치는 혼돈 상황이 연출됐다. 주가는 이미 게임스톱 가치와는 무관한 것이 돼버렸다. 시장은 광분의 카지노로 돌변했다.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월 말 이후 주가는 급락세로 돌변했다. 지난 2일 종가는 90달러, 이틀 사이 70% 하락했다.
게임스톱을 뒤흔들고 있는 공매도 논쟁이 바다 건너 다른 나라 일만은 아니다. 한국은 작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는 긴급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다. 6개월 한시 조치였는데, 6개월 연장돼 오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3일 공매도 금지 기간을 5월 2일까지 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5월 3일부터는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한다. 나머지 종목은 재개 방법 및 시기 등을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다만 공매도 영구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사람이 20만 명을 넘는다. 국내 개미들도 결집하고 있다. 공매도 세력에 휘둘리고 있는 몇몇 특정 주식을 지목하면서 항전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집도, 자동차도 있어야 팔 수 있는 것이 상식인 세상에서 유독 주식시장에서만 허용되는 ‘없는 주식을 파는’ 공매도가 논란의 대상이다. 논란의 핵심은 공매도는 거대 자본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것이다. 공매도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기관, 대형 글로벌 투자자다. 공매도가 주식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킨다는 그들의 방어논리는 하락장에서 대량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막기엔 공허하다.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는 없다. 글로벌 투자자의 투자 지표인 MSCI지수는 1년 이상 장기간 공매도 금지 조치를 이어가면 해당 국가의 투자 비중을 낮추도록 돼 있다. 한국이 공매도 금지 상시국으로 인식되면 외국인들의 투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기대는 공매도 논리 역시 개미들에게는 공허하다.
개미들은 더 이상 거대 자본에 휘둘리길 거부한다. 디지털, 온라인 환경이 그들을 의식 있는 전사로 탈바꿈시켰다. 그들 역시 시장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다. 그들은 특정 회사를 흠집내려는 거대 자본의 계획에 동원되는 공매도에 반대한다. 그것은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하고, 혁신을 파괴하는 반자본주의적 행태라고 생각한다. 공매도를 글로벌 스탠더드, 시장 안정화 논리로 방어한다면 그것은 바뀐 세상을 읽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논리는 정책당국에 쉽게 접근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득권의 논리일 따름이다. 세상은 공매도의 새로운 경제문법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