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 등에 시월드 탈출 아이디어 소개…강력 단속·과태료 인상 요구도
"손자 보고픈데 이번도 못 오나" 갈 곳 없는 노인들은 쓸쓸한 명절 될듯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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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다고 둘러댈까, 아니면 연휴 전날 검체 검사 받고 자가 격리할까"
청주시 서원구에 사는 이모(34)씨는 명절이 다가오면 으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외며느리인 그는 충북 단양의 시댁에 머물며 차례상을 차리고, 끼니마다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됐지만, 손자 사랑이 유별난 시아버지는 온 가족이 모일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눈치다.

이씨는 "작년 추석은 별말씀 없이 넘겼는데, 이번에는 벌써 '언제 올 거냐'고 성화다"며 "혹시 못 간다고 할까 봐 미리 입막음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위해 설 연휴 집합금지와 이동자제를 호소하면서 맘카페 등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핑곗김에 고향 방문을 피하려는 목소리부터 어쩔 수 없이 시댁을 찾아야 하는 며느리들의 하소연도 이어진다.

전북 군산의 종갓집 맏며느리인 김모(33)씨는 "시조부모님이 멀리 사는 작은아버님한테만 설 때 오지 말라고 말씀하신다"며 "가까운 곳에 사는 가족들은 안전하다고 여기시는데, 김장이나 제사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린 사례가 많다는 이야기를 차마 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시댁가? 말어? 설 앞두고 며느리들 혼란…5인금지 웃픈 설 풍경
◇ "시월드 싫어"…5인 금지 위반 자진신고 안내까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맘카페에는 시댁 모임을 서로 '품앗이 신고'하자는 제안부터 익명을 보장받는 '셀프신고' 방법까지 등장했다.

인천의 한 맘카페에는 "112 문자 신고를 하면 편하고 익명도 보장된다"며 "처리결과가 회신 될 수 있으니 휴대전화는 무음이나 진동으로 둬야 한다"고 구체적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경남의 한 맘카페에는 "시댁에서 부를 것에 대비해 지인에게 주소를 불러주고 5인 금지 위반을 신고하도록 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정부가 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제주의 한 맘카페에는 "애매한 5인 금지 조처로 속 태우는 며느리가 많다.

정부가 5인 모임 금지를 어길 경우 더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공표해줬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청주시 분평동에 사는 이모(40)씨도 "애매한 5인 금지가 괜한 가족 갈등을 부를 소지가 크다"며 "불시점검을 하든지 과태료를 인상해 처벌 수위를 높이든지 현실성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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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한 두 번 보는 손자 또 못 보나?" 서운한 부모들
'불효자는 옵니다', '아범아, 코로나 몰고 오지 말고 마음만 보내라'
지난해 추석 시골마을 곳곳에 내걸린 익살스러운 현수막 내용이다.

추석만 잘 넘기면 오래지 않아 진정될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해를 넘겨 기세를 떨치는 데다, 직계가족이라도 5인 이상 모이지 말라는 강력한 방역지침이 시행되면서 설을 앞둔 시골 마을 분위기는 푹 가라앉고 있다.

이번 설에는 온 가족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손자 손녀의 재롱을 보고, 맛난 음식을 먹으며 정을 나눌 것으로 기대했는데 지금 분위기라면 '욕심'에 불과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산 남구에 사는 서모(75)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경로당도 문을 닫아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적적했다"며 "추석에 이어 설에도 자식들을 못 오게 했는데, 가족들을 못 보니 가슴 아픈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의 지모(85)씨는 "다음 명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까 걱정된다"며 "다 같이 모여 전이랑 떡국 먹고 싶었는데 점점 손주들 보기가 어려워져 큰일"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방역당국은 서운하더라도 이번 설 연휴 거리두기 준수를 당부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명절에는 이동이 늘고 가족 모임 등이 잦아져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높다"며 "소규모 집단감염이 지속되는 만큼 이번 설에는 가급적 이동을 삼가고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직계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를 경우 5인 이상 모임을 가질 수 없는 조처를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연장했다.

이를 위반하면 1인당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나보배 김상연 한지은 백나용 김솔 박성제 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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