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줄여라' 금융당국 엄포에…금융株, 외국인 떠날까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줄일 것을 권고하면서 금융주를 지탱하는 외국인 이탈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금융주는 코스피가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강세장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이탈이 시작되면 금융주 하락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 평균 주가는 지난달 6.61% 하락했다. 신한지주(-4.37%) KB금융지주(-7.14%) 하나금융지주(-5.36%) 우리금융지주(-9.56%) 등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57% 오른 걸 감안할 때 저조한 성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은행과 은행지주사는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배당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인 자본확충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나서 은행권 배당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지침은 대표적 고배당주인 금융주에 악재로 작용했다. 4대 금융주는 지난해 25~27%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우리금융이 27%로 가장 많았고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26%를 보였다. 신한금융은 25%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배당제한 지침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4대 금융지주 주가는 평균 5.77% 급락했다. 주주들이 불만을 토로하며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주를 받쳐온 외국인 이탈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외국인은 연초부터 지난달 27일까지 6081억원을 순매수했지만, 28일부터 이틀 간 66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금융주가 약세를 보인 건 배당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의 자본관리 권고안이 발표되면서 악재가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이 지난달 금융주를 5500억원 넘게 순매수한 건 국내 금융주를 신뢰해 비중을 높인 게 아니라, 은행 섹터 비중을 높이는 차원에서 매수세가 국내에 유입된 정도라는 분석이다.

다만 배당축소는 한시적 조치일 뿐,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오히려 금융주가 반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오전 10시20분 현재 4대 금융지주는 평균 3.53% 오르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 축소는 한시적 권고 조치로 올해 배당성향은 2019년 수준으로 복귀될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금융주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