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만 그들과 계속 소통했고, 저는 성희롱·따돌림을 한 사람과 같이 근무해야 했습니다.
징계 결과를 보니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 (직장인 A씨)
"피해자의 부탁으로 상사의 성추행을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신고한 사실을 가해자에게 바로 전달하고 (피해자에 대해선) 아무런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뒀고 가해자는 저를 사사건건 괴롭히고 있습니다.
" (직장인 B씨)
노동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017년 11월부터 3년여에 걸쳐 받은 직장 내 성희롱 제보 가운데 제보자 신원과 상세한 피해 내용이 확인된 사례 364건의 분석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피해 사례 중 성희롱 문제를 제기·신고한 경우는 37.4%(136건)에 불과했다.
가해자는 대체로 피해자보다 직장 내 권력관계에서 우위(89%·324건)에 있었다.
사용자가 가해자인 사례(29.4%·107건)도 빈번했다.
조사 대상 피해자 중 68.7%(250명)는 다른 형태의 괴롭힘도 함께 경험했다. 이런 권력 구도에서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했을 때는 불이익이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52.9%가 따돌림·소문·배제·인사발령·해고 등 '적극적' 불이익을 겪었고, 37.5%는 무시·신고 미처리 등 '소극적' 불이익을 마주했다.
문제 제기·신고 사례의 90.4%가 보복으로 이어진 셈이다.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83.2%)이었으며 한 명이 아니라 다수인 경우도 22%에 달했다.
조사에 참여한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적인 관계에서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며 피해자가 잘못해 괴롭힘과 성희롱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우월한 지위를 악용하는 행위자,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노동관계,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회사와 이를 방치하는 행정당국의 문제"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 직장의 민주화와 고용 형태 간 차별 해소 ▲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법 해석·집행 ▲ 성희롱 행위자·피해자 범위 확대와 사용자 책임 강화 등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