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번진 '기술전쟁'…페이스북은 왜 애플에 분노했나 [노정동의 3분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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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프라이버시 비즈니스' 구상 공개한 애플
② "불공정하다" 소송 검토하는 페이스북
③ 애플 "사생활보호" vs 페이스북 "개방성"
② "불공정하다" 소송 검토하는 페이스북
③ 애플 "사생활보호" vs 페이스북 "개방성"
페이스북과 애플이 앞으로 적어도 수십년의 인터넷 세계를 지배할 '기술 패권'을 두고 2차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애플이 조만간 '프라이버시 비즈니스'를 본격화 하기로 하자, 이에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페이스북이 법정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이 문제를 삼고 있는 건 애플이 올 상반기 안에 출시하기로 한 '사생활 보호기능'입니다. 애플은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 14' 위에 탑재될 애플리케이션들이 허가없이 사용자의 검색활동이나 앱 이용 기록 등을 추적하는 것을 차단하는 기능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예컨대 아이폰 사용자가 페이스북 앱을 실행시켰을 때 '페이스북이 당신의 활동을 다른 회사 앱과 웹사이트에 걸쳐 추적하는 것을 허락할까요?'라는 팝업 창을 띄워, 허락하지 않을 경우 데이터 추적을 막게 됩니다. 이럴 경우 스마트폰 이용 기록을 추적해 맞춤형 광고를 보내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페이스북은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디지털 광고업계에선 데이터 추적과 관련한 팝업 창이 뜰 경우 90%에 가까운 이용자가 '거절' 버튼을 누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이 소송까지 검토하면서 애플의 이 같은 조치에 저항하는 이유입니다.
페이스북은 이미 지난해 말 애플이 이 같은 '사생활보호 비즈니스'를 본격화 할 움직임을 보이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미 주요 일간지에 애플의 정책을 비판하는 전면광고를 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 광고에 '우리는 전 세계 모든 곳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애플과 맞서 싸우겠다'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용자 정보를 추적해 소상공인들에게 소비자 맞춤 데이터를 제공해 돈을 버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이 무엇에 화가나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제목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8일 열린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콘퍼런스'에서 "만약 한 기업이 오도된 이용자와 데이터 착취, 사실은 전혀 선택이 아닌 선택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그 기업은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며 "그것은 개혁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쿡 CEO는 "이런 접근이 양극화와 신뢰 상실, 그리고 폭력이라는 희생을 동반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하는 일을 그만둘 때가 한참 지났다"며 "사회적 딜레마가 사회적 재앙이 되도록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쿡 CEO의 이 같은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벌어지는 가짜뉴스, 이념적 양극화, 사회분열이 최근 미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사태로 이어진 일 등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뒤에는 이러한 콘텐츠들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인터넷 플랫폼들을 비판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쿡 CEO는 "단지 많이 본다는 이유만으로 음모이론이나 폭력 선동을 우선시한 결과는 무엇일까? 생명을 살리는 백신 접종에 대한 공적 신뢰를 무력화하는 콘텐츠를 그저 참는 게 아니라 보상하는 결과는 무엇일까? 수천만명의 이용자들이 극단주의 단체에 가입하는 걸 본 뒤 더 많은 단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영속화하는 결과는 무엇일까?"라고 지적했습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이 애플에 법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놓고 "이번 갈등의 핵심에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두 회사의 사업 모델이 자리잡고 있다"며 "어느 회사가 이기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미래의 모습이 바뀔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소송 검토하는 페이스북
지난 28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페이스북이 애플에 대해 독점 금지 소송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애플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악용해 본인들이 개발한 앱에는 혜택을 주고 있는 반면 페이스북과 같은 외부 사업자에는 까다로운 규제를 강요하고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이 수개월 전부터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소송을 준비해왔다"고 보도했습니다.페이스북이 문제를 삼고 있는 건 애플이 올 상반기 안에 출시하기로 한 '사생활 보호기능'입니다. 애플은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 14' 위에 탑재될 애플리케이션들이 허가없이 사용자의 검색활동이나 앱 이용 기록 등을 추적하는 것을 차단하는 기능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예컨대 아이폰 사용자가 페이스북 앱을 실행시켰을 때 '페이스북이 당신의 활동을 다른 회사 앱과 웹사이트에 걸쳐 추적하는 것을 허락할까요?'라는 팝업 창을 띄워, 허락하지 않을 경우 데이터 추적을 막게 됩니다. 이럴 경우 스마트폰 이용 기록을 추적해 맞춤형 광고를 보내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페이스북은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디지털 광고업계에선 데이터 추적과 관련한 팝업 창이 뜰 경우 90%에 가까운 이용자가 '거절' 버튼을 누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이 소송까지 검토하면서 애플의 이 같은 조치에 저항하는 이유입니다.
페이스북은 이미 지난해 말 애플이 이 같은 '사생활보호 비즈니스'를 본격화 할 움직임을 보이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미 주요 일간지에 애플의 정책을 비판하는 전면광고를 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 광고에 '우리는 전 세계 모든 곳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애플과 맞서 싸우겠다'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용자 정보를 추적해 소상공인들에게 소비자 맞춤 데이터를 제공해 돈을 버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이 무엇에 화가나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제목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팀 쿡의 페이스북 '저격'
애플은 이 '프라이버시 비즈니스'를 향후 자사의 가장 중요한 사업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8일 열린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콘퍼런스'에서 "만약 한 기업이 오도된 이용자와 데이터 착취, 사실은 전혀 선택이 아닌 선택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그 기업은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며 "그것은 개혁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쿡 CEO는 "이런 접근이 양극화와 신뢰 상실, 그리고 폭력이라는 희생을 동반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하는 일을 그만둘 때가 한참 지났다"며 "사회적 딜레마가 사회적 재앙이 되도록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쿡 CEO의 이 같은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벌어지는 가짜뉴스, 이념적 양극화, 사회분열이 최근 미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사태로 이어진 일 등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뒤에는 이러한 콘텐츠들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인터넷 플랫폼들을 비판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쿡 CEO는 "단지 많이 본다는 이유만으로 음모이론이나 폭력 선동을 우선시한 결과는 무엇일까? 생명을 살리는 백신 접종에 대한 공적 신뢰를 무력화하는 콘텐츠를 그저 참는 게 아니라 보상하는 결과는 무엇일까? 수천만명의 이용자들이 극단주의 단체에 가입하는 걸 본 뒤 더 많은 단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영속화하는 결과는 무엇일까?"라고 지적했습니다.
두 회사의 정반대 사업모델
애플은 사용자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추적하는 대신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기술인 '차등 사생활(differential privacy)' 개념을 2016년부터 연구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기술입니다. 특정되는 데이터값 대신 근사치로 데이터를 모아 딥러닝 과정으로 보정하는 식입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소상공인과 인터넷 자유'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정보 편익을 높이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키려면 '데이터 개방성'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을 아이폰 같은 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페이스북 사업구조에서는 뼈아픈 일입니다.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이 애플에 법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놓고 "이번 갈등의 핵심에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두 회사의 사업 모델이 자리잡고 있다"며 "어느 회사가 이기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미래의 모습이 바뀔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